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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돌봄, 장애인 이동권 투쟁... '올해의 교양서'가 던지는 한국 사회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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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대의 첨예한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교양서가 주목받았다. 성매매 가해자를 지원하는 법률 시장의 성장을 다룬 '시장으로 간 성폭력'이 대표적이다. 대학생들의 익명 게시판에서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왜곡된 공정 감각을 다룬 책 '공정감각'과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이들의 나이 듦을 다룬 '에이징 솔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보편적이고 존엄한 죽음을 상상하는 '각자도사 사회', 비인간 행위자인 동물의 시선으로 지구사를 재구성한 '동물권력', 기술만능주의가 잠식한 현실을 비판하는 '디지털 폭식 사회', 장애인의 시민권 투쟁기 '장애시민 불복종', 양육과 창작 사이에서 분투하는 여성 창작자의 목소리를 담은 '돌봄과 작업' 등이 던지는 질문은 그 자체로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당도한 논쟁의 최전선이다.
꾸준히 하나의 주제에 천착하여 지식을 집대성한 교양서도 여전히 귀중한 성취로 평가받았다. '18세기의 세책사'는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세책 문화의 기록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아 집대성했다.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는 이공계 출신의 저자가 닥종이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동물권력
남종영 지음·북트리거 발행
인간의 역사에서 동물은 조연이자 수동적 존재였다. 책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불러내 인간의 시선으로 기록된 역사를 새롭게 다시 쓴다. 바이러스를 옮긴 원숭이 '앨피', 군인을 구한 비둘기 '셰르 아미'. 동물은 인간과 협력하고 때로는 위협하며 세계를 구성하는 능동적 존재다.
▦시장으로 간 성폭력
김보화 지음·휴머니스트 발행
성범죄 전담 법인은 가해자 지원 시장을 개척하고 감형 전략을 만들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소비자가 되어 감형을 구매한다. 책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쟁이자 자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투쟁으로 전락한 성범죄 재판을 고발한다.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재피해자화’는 피해자의 고통이 논의되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이정 지음·푸른역사
세계 각국에서 문화유산 복원용으로 각광받는 한지는 '조선의 반도체'였다. 책은 이름 없는 장인들의 기술과 지혜를 강조하며, 조선 고유의 첨단 제지술인 도침과 친환경적 재활용술인 휴지에 관해 알려준다. 닥나무를 종이로 탄생시키는 과학기술은 조선의 정치사회를 넘어 한반도 제지 역사의 변화를 이끌었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동아시아 발행
1인 가구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았던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일찍이 비혼을 선택한 40, 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다각도로 다룬다. 책은 혼자 나이 들어가는 이들이 참고할 지침서이자, 1인 가구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지음·어크로스 발행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죽음을 능력과 운에 달린 개인의 문제에서 정치적 문제로 전환한다. 각자 알아서 죽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며 의료체계와 사회보장, 돌봄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무연고자와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보편적이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돌봄과 작업
정서경 외 지음·돌고래 발행
아이를 돌보는 일과 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일은 양립 가능할까. 돌봄과 작업이라는 두 가지 역할과 책임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돌봄과 작업이 복잡하게 침범하고 상호작용하는 삶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디지털 폭식 사회
이광석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
별점은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하고, 공유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은 기사의 노동 방식을 조종한다. 기술이 시장과 자본에 이어 의식까지 독점한 것. 책은 디지털 기술을 폭식하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며, 기술의 독성과 폭력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생과 호혜에 기반을 둔 기술 대안과 기술민주주의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18세기 세책사
이민희 지음·문학동네 발행
책은 18세기 전 세계에서 유행했던 돈을 내고 책을 빌리는 '세책 문화'를 탐구한다. 세책점의 주요 고객은 책읽기에서 소외된 여성과 하층민이었다. 소수 특권층 남성만 누리던 독서가 만인이 취미가 된 것. 소설이 유행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생겨난 18세기를 엿볼 수 있다.
▦장애시민 불복종
변재원 지음·창비 발행
500일간의 활동을 담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의 투쟁기. 저자는 장애를 극복한 ‘엘리트 장애인‘에서 농성장에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못된 장애인‘이 됐다. 행정학의 '반응성' 개념을 소개하며 필요에 따라 시민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는 차별에 불복종해 얻은 결과였다.
▦공정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문예출판사 발행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반지성주의가 팽배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한 학기 동안 분투했던 연세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과 교수의 글을 엮은 책.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 장애인 인권 등 우리 사회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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