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과 정명훈, 그리고 뮌헨 필… '예측 불허' 해석에 객석은 숨죽였다

입력
2023.11.27 12:00
수정
2023.11.27 1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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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뮌헨 필하모닉 예술의전당 공연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정명훈이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정명훈이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독창적 해석과 대담한 실행,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절제미와 통일성까지. 단 하나의 연주곡으로 이 모든 걸 구현할 수 있을까.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지휘의 뮌헨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는 개성 강한 독주자와 배려심 깊은 악단이 만들어 낸 균형 잡힌 대화 같았다. 임윤찬의 피아노는 시작을 알리는 1악장 다섯 마디의 피아노 독주부터 느린 2악장, 베토벤 특유의 열정과 활력이 담긴 3악장까지 어느 하나 예측 가능한 구간이 없었다. 자유자재로 박자와 강세에 변화를 준 임윤찬의 과감한 변주는 기꺼이 합을 맞춰 준 지휘자 정명훈과 뮌헨 필의 배려로 완성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뮌헨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 뒤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뮌헨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 뒤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수많은 명연을 어렵지 않게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만큼 창의적 해석은 출중한 기량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스타 음악가의 필요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기에 임윤찬의 독특한 음색은 이날도 어김없이 객석을 가득 메운 2,500여 청중을 압도했다. 특히 현악 합주의 비장한 음향과 임윤찬의 절제미가 어우러진 느린 2악장의 고뇌에 관객은 숨을 죽였다.

정명훈은 임윤찬이 마음껏 재량을 펼치도록 호흡을 맞춰 준 뒤 연주가 끝나자 양팔을 벌려 그를 끌어안았다. 객석의 열렬한 환호 속에 수차례 이어진 커튼콜에 임윤찬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최근 그가 유니버설뮤직에 속한 클래식 전문 음반사 데카와의 전속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며 유튜브를 통해 연주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된 곡이다. 커튼콜 중엔 임윤찬이 앞자리 관객에게 받은 플라스틱 블록 장미 한 송이를 다시 악장에게 건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포옹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지휘자 정명훈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포옹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뮌헨 필이 2부에서 들려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노련한 명장과 균형감 좋은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명연이었다. 역동적 해석으로 음악의 정서를 깊이 있게 전하는 정명훈의 지휘 스타일과 절제된 독일 사운드의 과장 없는 뮌헨 필의 연주력이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순간이 많았다. 현악과 관악, 저음부와 고음부의 음량 밸런스도 좋았다.

201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 임기를 마친 후 해외 활동이 활발했던 정명훈은 지난 3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이어 이번 뮌헨 필까지 올해 두 차례 독일 명문 악단과 고국 무대에 올랐다. 어느새 고희를 넘긴 그가 연주를 마친 뒤 주요 악기 단원을 일으켜 세우며 일일이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긴 여운을 남겼다. "이 곡은 대한민국 전체에서 한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들려준 앙코르곡은 '정서적 애국가'인 '아리랑'이었다.

10여 개의 해외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내한한 '가을 오케스트라 대전'의 마지막 주자인 뮌헨 필의 내한 연주회는 총 일곱 차례 중 4회를 남겨두고 있다. 임윤찬의 협연이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2월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시 펼쳐지며 2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과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지휘자 정명훈과 뮌헨 필하모닉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지휘자 정명훈과 뮌헨 필하모닉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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