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만에 포성 멈췄지만… "모든 게 무너졌다" 가자지구 애통함은 계속

입력
2023.11.24 20:00
수정
2023.11.25 01: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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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휴전안' 발효... 인질 13명도 1차 석방 예정
직전까지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공격 작전 지속돼
이 국방 "교전 중지 기간 끝나면 전쟁 재개" 선언
가자 남부→북부 이동 주민들, 이스라엘군과 충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폐허가 돼 버린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건물 잔해 위를 걷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폐허가 돼 버린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건물 잔해 위를 걷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어디에서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집과 마음, 가자지구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24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피란민 자크 하니아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 중지·인질 석방’ 합의안이 발효된 지 3시간 후였다. ‘짧은 평화’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허망함과 불안감이 짙게 밴 발언이었다.

지난달 7일 전쟁이 발발한 지 48일 만인 이날, 가자지구에서 포성이 멈췄다. 이스라엘인 약 1,200명, 가자지구에서만 최소 1만4,854명의 팔레스타인인 목숨을 앗아간 양측 교전이 잠시나마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이스라엘 인질 13명과 태국인 10명, 필리핀인 1명도 석방됐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긴장은 여전하다. 포화가 남긴 상처는 너무 크고 깊으며, 나흘간의 ‘시한부 휴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어두운 터널 끝에 찾아온 빛”이라며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 재개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휴전 발효 30분간 포성... 이후 구호품 반입 시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해 피란을 갔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해 피란을 갔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알자지라와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일시 휴전안 발효 시간인 이날 오전 7시 이후에도 가자지구 주변에선 포격이 30분간 지속됐다. 다만 그 이후 잦아들면서 실제로 교전 중지에 돌입했음을 실감케 했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소중한 순간을 절대적으로 기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 8시엔 이집트 북부에서 인도주의 구호 차량이 가자지구 접경 라파 검문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반입이 제한됐던 연료가 하루 14만 L씩 가자로 향하게 됐다. 식료품 등을 담은 트럭도 1일 평균 40대에서 200대로 늘어난다.

특히 이날 오후 4시엔 하마스가 억류한 여성·어린이 인질 13명이 풀려났다. 2시간 후쯤엔 이스라엘이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인 여성·청소년 39명도 자유의 몸이 된다. 양측은 나흘간의 교전 기간 동안 총 50명(하마스 인질)과 150명(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을 단계적으로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별개로, 하마스는 태국인 인질 23명을 조건 없이 풀어줄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중 10명이 이날 풀려났다. 필리핀인 1명도 석방됐다.

하루 전에도 난민촌 학교 공격... 최소 27명 사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포격을 피해 피란을 떠났던 팔레스타인인 가족이 폐허가 된 집터로 돌아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나흘간의 교전 중단에 돌입한 첫째 날인 24일, 포격을 피해 피란을 떠났던 팔레스타인인 가족이 폐허가 된 집터로 돌아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교전 중지가 영구적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당장 이스라엘이 그럴 의사가 없다. 합의안 발효 전에 최대한 하마스를 격퇴하려 한 듯, 오히려 더 공세를 강화했다. 23일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공습해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하마스 본거지로 지목한 알시파 병원의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원장을 체포했고, 하마스 해군 지휘관 오마르 아부 잘랄라를 제거했다.

교전 중단 기간 이후, 다시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3일 IDF 해군 특공대를 방문해 “일시 휴전이 끝나면 최소 2개월간 치열한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IDF는 24일 오전 7시 40분쯤 성명을 내고 “일시 휴전 직전까지 하마스를 공격했고, 휴전선에 병력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이스라엘인 여성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3세 여아 애비게일 이단(가운데)의 사진을 들고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지난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이스라엘인 여성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3세 여아 애비게일 이단(가운데)의 사진을 들고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가자 주민 2명, 이스라엘 총격에 사망

나흘간의 교전 중단 기간 중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자지구를 사실상 장악한 IDF는 가자 북부에서 남부로의 대피만 허용할 뿐, 반대의 이동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을 갔던 팔레스타인 수백 명이 북부 자택으로 이주하려다 IDF와 마찰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IDF의 총격으로 피란민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서로의 ‘합의안 파기’를 문제 삼고 나설 수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날 녹음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이 협정을 준수하는 한 하마스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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