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만 늘어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입력
2023.11.25 04:30
19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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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늘어난 임금 근로 일자리 10개 중 7개는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였다. 반면 20대 이하 청년 일자리는 작년 동기 대비 6만8,000개 줄었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이고 감소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도소매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던 청년들이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전체 일자리 증가는 작년 동기보다 37만9,000개 늘었는데 증가 폭이 점점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축소다. 증가 폭이 30만대로 내려온 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늘어난 일자리도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건·사회복지(10만8,000개), 숙박·음식(5만1,000개)이 많았다. 반면 가장 일자리 비중이 크고 지속성도 높은 제조업은 4만9,000개 증가에 그쳤다. 고용 규모뿐 아니라 고용 질도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청년(15~29세) 중 “그냥 쉰다”는 인구가 41만 명까지 늘어났다. 청년층 20명 중 한 명꼴이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 사회의 미래가 점점 암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취업 시기가 늦어질수록 평생 임금 소득과 취업기회가 줄어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향후 10년간 임금은 4~8%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도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민간 정부 공공기관 인턴을 7만4,000명까지 확대하고, 직업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냥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근본 이유는 구직 청년의 눈높이와 고용 조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점점 격차가 커지는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를 줄이고,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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