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의 정국, 내년 총선이 판가름
총선 결과가 윤 대통령 운명 좌우
정책 만큼이나 평판도 중요함을 알아야
2024년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겠으나, 그 의미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설 것이다. 만일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절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는 탄핵이라는 헌법 절차가 아닌 '광장 정치'에 의한 것이기에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심리에 편승해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이 세 선거 중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힘들게 승리했다. 윤 대통령은 0.73%에 불과한 25만 표 차이로 당선됐다. 양자 구도로 치러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3.53%, 100만 표 차이로 승리한 데 비하면 초박빙의 승부였다. 2012년 총선으로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유리한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60%를 차지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어려운 출발을 한 셈이다. 대통령제 정부에선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다른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견제와 균형을 통해 통합적 정치를 하도록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을 통합 정치로 풀지 못하면 정국은 완전한 교착상태에 빠지고 마는데,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35% 언저리에 맴돌고 있으니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이 과연 임기를 채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집권 여당이 먼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민심과 정국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혁신위를 가동하고 쇄신 공천을 하겠다지만, 그것이 선거 때면 등장하는 상투적인 구호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라기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의미가 큰데, 이런 점을 대통령 자신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 다수는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탈원전, 부동산ㆍ세금 정책 등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에 힘입어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승리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정책 이슈 외에도 대통령과 그 주변, 그리고 공직자 인사에 대한 평판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또한 방송 등 언론을 상대로 무리한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중간층의 저항이 상당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국민통합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갈라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민생보다는 이념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더니 2021~22년 세 개의 큰 선거에서 패배했다. 문 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시효는 이미 끝나버렸지만, 윤 정부는 자신들의 어젠다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사 실패가 정권 자체의 신인도를 추락시켰다. 제3지대를 내걸고 창당을 선언한 정치인들도 자신들만의 '제3의 길' 철학을 제시하기보다는 반윤(反尹)이니 반명(反明)이니 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선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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