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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움직여도 호흡 가쁘고, 흉통 생기는 ‘대동맥판막협착증’, 방치하면 2~3년 내 50%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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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2개 심방과 2개 심실로 구성돼 4기통 엔진처럼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심장의 4개 판막(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첨판막(三尖瓣膜), 승모판막(僧帽瓣膜))은 심장의 큰 조력자다. 판막은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피를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에 있는 4개 방 가운데 마지막 방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온몸으로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문이 바로 ‘대동맥판막’이다.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공급되는 신선한 혈액이 거꾸로 새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
대동맥판막이 하루에도 수만 회 이상 열리고 닫히다 보니 노화하면서 결국 잘 열리지 않게 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게 된다. 이를 ‘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stenosis)’이라고 한다. 심장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기에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흉통·호흡곤란·어지럼 등이 나타나고, 자칫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으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전 인구의 1% 정도에서 나타난다.
‘심장 수술 전문가’ 임청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심부전 등 합병증으로 2~3년 내 사망할 수 있다”며 “환자 상태에 맞게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충분하게 나가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아청소년기에 앓았던 류머티즘열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류머티스성 판막 질환, 선천적으로 대동맥판막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선천성 이엽성 대동맥판막, 감염성 심내막염, 종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밖에 수술이나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도 인공 판막 이상으로 재협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협착증과 매우 비슷한 병태 생리를 보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에 초·중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일정 기준치를 넘어서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심장이 힘들다는 신호, 즉 흉통이 생긴다.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심부전으로 악화되면 2~3년 내 50%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증상이 나타나도 일부 환자는 가볍게 여겨 치료받지 않는다. 그러면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폐에 물이 차 숨찬 증상도 심해진다. 따라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운동 부하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거나 다른 합병증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증상이 없거나 약하면 혈압강하제 등으로 심장 좌심실 부하를 줄여주는 약물로 치료한 뒤 추적 관찰한다. 증상도 없고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전문의 의견을 듣고 ‘자연 치유됐다’고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있는데, 갑자기 악화하기도 하므로 추적 관찰이 필수다.
증상이 나타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SAVR)’로 완치할 수 있다. 65세 미만 환자는 금속 재질 인공 판막을 넣는 ‘기계 판막 치환술’을 시행한다. 한 번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만 인공 판막 주변에 생기는 혈전과 색전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와파린)를 평생 먹어야 한다.
또한 와파린 혈액 응고 수치가 어긋난다면 뇌졸중(뇌출혈·뇌경색)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에 3~4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검사해야 하며, 비타민 K가 함유된 녹색 채소나 청국장 등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65세가 넘은 환자는 돼지·소 등 동물의 심장 조직을 특수 처리해 만든 ‘조직 판막 치환술’을 시행한다. 와파린을 수술 후 4개월 정도만 복용하지만 10~15년 정도 지나면 조직 판막 변성이 나타나므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수술 시 효과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수술 부위를 꿰매는 실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비봉합 판막술, 자동 매듭 장치 개발 등 수술 시간과 심장 허혈 시간을 줄이고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수술 고위험군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대퇴동맥에 풍선을 넣어 부풀린 후 스텐트 판막을 대동맥에 넣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TAVI 시술)’을 시행한다. 중증도 또는 경도 위험도 환자에게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시술이 늘어나고 있다.”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설명하자면.
“전통적인 판막 교체 수술은 가슴뼈 중앙을 절개하고 심장 전체를 노출한 뒤 상행 대동맥을 절개하고 병변을 제거한 다음 인공 판막을 넣는 것이었다(정중 흉골 절개술·sternotomy). 수술로 대부분 딱딱하게 석회화돼 병변을 제거하면 적절한 수의 봉합사로 인공 판막을 제 위치에 고정하거나 비봉합 판막 또는 자동 봉합기를 사용해 수술을 끝낸다.
최근에는 미용적으로 우수하면서도 통증도 적고 회복이 빠른 최소 침습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흉골을 부분 절개하거나 우측 늑간 사이를 절개해 병변에 접근하는데, 흉강경과 3D 모니터 사용해 좁은 시야를 넓힌다. 로봇 수술도 시행되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가 고가이지만 점점 수술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개원과 동시에 심장혈관흉부외과·순환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혈관외과·중환자진료부·응급의학과·재활의학과·핵의학과 등 심장 수술과 관련된 진료과가 모두 모여 세계 최고의 심장혈관센터를 만들자는 목표로 지난 20년간 한 마음으로 협력해왔다. 그 결과 개심술 연간 600례 이상, 사망률 3% 미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TAVI 역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각 진료과 의사가 상시 대기하는 등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팀 접근법의 표준 모델로 선도하고 있다.”
-치료 후에도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데.
“예전에는 항응고제(와파린)를 평생 복용하고 혈액 응고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환자는 기계 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였다. 그러나 조직 판막의 내구성 문제로 평균 사용 기간(10~15년) 전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TAVI 시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판막술을 받은 환자라면 평생 관리해야 했다.
절주·금연뿐만 아니라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관리해야 한다. 또 이전과 같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판막 수술한 환자는 외래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적절한 투약과 함께 2~3년 혹은 5년 간격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아 판막·심장 기능을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한다. 수술이나 시술로 치료해도 다른 판막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정맥(不整脈)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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