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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덜 들어간 김밥·치킨, 맛없지 않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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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여기, 소금이 덜 들어간 프라이드치킨이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치킨은 간이 적당히 잘 밴 튀김옷과 닭의 조화가 일품인 대표적인 야식인데 여기에 나트륨이 덜 들어갔다니 상상이 가시나요?
달달해야 하는 음식이 달달하지 않다면, 짭조름하거나 간이 맞아야 하는 음식이 싱겁다면 누구든 '맛이 없다'고 느껴질 겁니다. 요리를 하다 보면 때로는 소금이, 때로는 설탕이 조금만 덜 들어가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나니까요. 그러나 그 예상을 뛰어넘는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나트륨·당류를 줄인 제품 기술지원 사업으로 가공식품 11종, 조리식품 7종 등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18종이 탄생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류, 요거트류, 카페에서 파는 음료, 매장에서 파는 치킨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한국인 일평균 나트륨 섭취량 3,080㎎(2021년 기준)을 2025년까지 3,000㎎ 이하로 낮추려는 식약처의 '나트륨・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관련기사: [식약설명서] '덜 짠' 김밥, '덜 단' 요구르트? 저염·저당 음식의 세계)
식약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13곳, 식품접객업소(프랜차이즈) 4곳에 나트륨·당류 저감화 방법을 제공하고 전문가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총 18종의 제품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가공식품에는 김밥이 5종으로 가장 많았고 주먹밥 2종, 냉동밥 2종, 음료 2종이 출시됐습니다. 외식메뉴는 치킨 2종, 막창볶음 1종, 음료 4종이 개발됐습니다.
식약처가 23일 개최한 나트륨·당류 저감제품 전시 및 시식행사에서 18종의 저감제품이 모두 공개됐는데요. 해당 제품들을 직접 시식해 본 결과 나트륨과 당류 함유량을 평균값 대비 10% 이상 또는 자사 유사제품 대비 25% 이상 줄였지만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시식해 본 '나트륨 줄인 새우볶음밥'은 소금을 덜 사용했다고 하지만, 자사의 기존 새우볶음밥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다만 같은 업체의 김치볶음밥은 김치가 들어간 제품 치고 약간 간이 덜 돼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맛이 없다거나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치킨이었습니다. 이날 선보인 치킨은 '핫윙봉 후라이드'와 '숯불데리야끼' 두 종류였는데요. 핫윙봉 후라이드는 나트륨 함량을 기존 581mg에서 453mg(22%)으로 줄였는데도 우리가 아는 그 치킨 맛이었습니다. 숯불데리야끼는 데리야키 양념의 짭조름한 맛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나트륨을 18%나 줄였는데도 말입니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서 맛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식약처에 따르면 치킨의 경우 본조리 전에 거치는 염지단계가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닭을 소금 등에 절이는 건데요. 염지제 성분을 변경해 맛을 유지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절이는 단계에서 나트륨을 줄였을 뿐, 양념은 그대로 사용해 짠맛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고 해요. 염화나트륨 대신 짠맛을 내는 염화칼륨을 첨가한 제품도 있었는데, 자세한 건 '영업비밀'이라고 합니다.
김밥 5종은 모두 CU, GS25 같은 시중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줄 김밥인데요. 나트륨이 평균이나 자사 유사제품 대비 10~50%가량 적게 들어가 있습니다. 맛은 종류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5종 모두 '싱겁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는데요. 와사비 크랩 샐러드 김밥과 사과 샐러드 김밥은 개인 취향과는 맞지 않았지만, 나트륨이 많이 들어간 원재료 대신 채소를 사용하면서 적절한 간을 유지한 게 특징이었습니다.
식약처의 용역을 받아 가공식품 기술지원을 수행한 김의수 케이브릿지인사이트 대표는 "샐러드 김밥 등은 채소 자체에 칼륨 성분이 들어있어 짠맛을 느낄 수 있다"며 "고추냉이의 알싸한 맛과 사과의 상큼한 맛이 짠맛의 빈자리를 잘 느끼지 못하게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팸 25% 라이트 계란김밥' '바싹불고기 김밥' '빵빵 계란듬뿍 김밥'은 평소 아는 맛 그대로였습니다. 특히 불고기 김밥의 경우 기존 제품에서 소스 나트륨 함량을 줄인 경우인데, 불고기 양념의 짭조름한 맛이 그대로 전해져 일반 김밥과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나트륨을 10~15% 정도 줄여도 미각이 뛰어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는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합니다.
주먹밥류인 '참치밥 바'와 '사과샐러드 밥'도 개인 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간이 덜 돼있다거나 덜 짜다거나 흔히 맛이 없다는 걸 일컫는 '건강한 맛'이라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막창볶음'은 예상보단 맛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막창볶음 제품보다 아무래도 짠맛, 매콤한 맛 같은 자극적인 맛은 좀 적었습니다. 막창 특유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유지돼 먹는 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자극적인 맛을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류 저감제품들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이었습니다. 농후발효유 2종과 라씨음료 4종 등 총 6종이 있었는데요. 농후발효유 중 플레인요거트를 시식했을 땐 '당을 줄인 게 맞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만큼 달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설탕은 안 들어갔지만 설탕 대체제인 프락토올리고당 등이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이런 대체당류가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극대화해 당류 함량을 줄이면서도 단맛을 잡을 수 있는 게 비결이었습니다.
청포도요거트는 플레인요거트보다는 단맛이 덜했는데, 청포도가 주는 단맛을 제외하고 인위적으로 당류를 넣지 않은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청포도의 향긋함이 더욱 잘 느껴졌습니다. 라씨는 플레인, 망고, 복숭아, 딸기 등 4가지 맛으로 개발됐는데요. 4종 모두 '엄청 달달한데?'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요거트 파우더에 설탕량을 줄이고, 대체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을 사용해 단맛을 살렸다고 합니다.
몇 가지 제품을 제외하고는 나트륨, 당류가 적게 들어갔음에도 맛에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이번 기술 개발의 핵심이었다는데요. 시중 제품에 그만큼 나트륨과 당류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식약처는 앞으로도 나트륨과 당류 저감제품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중장년을 위한 나트륨 저감제품, 청소년을 위한 당 저감제품을 늘릴 계획입니다. 최종동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나트륨 당류를 낮춘 제품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 포장지에 '덜 짠' '나트륨을 줄인' '당을 줄인' 등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덜 짜고 덜 달게 먹을 수 있는 식생활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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