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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GDP 5%와 맞먹는 거액을 부동산 재벌이 '꿀꺽'… 최악의 횡령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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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사상 최악의 횡령 스캔들로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재벌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민영은행을 사금고처럼 여기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거액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은행을 감시해야 할 중앙정부 감독기관마저 범행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3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공안부 경찰수사국은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 그룹의 쯔엉미란(67) 회장과 그룹 계열 은행인 사이공상업은행(SCB) 직원 등 86명을 뇌물 공여, 횡령, 은행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쯔엉 회장이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신이 대주주인 SCB은행을 통해 허위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약 304조 동(약 16조3,000억 원)을 가로챘다고 봤다. 금리를 고려한 가치로 따지면 약 415조 동(약 22조 원) 규모다. 베트남 GDP가 약 4,000억 달러(2022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GDP의 5%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셈이다. 베트남 언론 뚜오이제는 “베트남 억만장자 상위 5명의 순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라며 “전례 없는 횡령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쯔엉 회장은 담보에 대한 법적 절차를 완료하지 않고 자금을 우선 지급받았고, 1,000여 개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곳에 대출을 승인하는 방식을 썼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유령 계좌로 받아 세탁한 뒤 운전기사를 통해 현금을 받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설명했다.
쯔엉 회장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불법 회사채를 발행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공안에 체포됐다. 이후 1년간 수사 끝에 횡령 혐의가 추가된 셈이다.
이번 비리에 금융당국마저 연루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안은 쯔엉 회장이 SCB은행의 불법 대출을 은폐하기 위해 중앙은행 감독국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응우옌반옌 중앙내무위원회 부국장은 “감독국장이 받은 액수만 500만 달러(약 65억 원) 이상이고, 20여 명에 달하는 모든 조사관이 1인당 최소 1억 동(약 530만 원)의 금액이나 선물을 받았다”며 “베트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뇌물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리 수사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등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SCB가 불법 회사채 발행에 연루됐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는 예금 지급 불능 사태를 걱정한 예금자들이 전국 SCB 지점에 몰려들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금융권 전반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SCB 은행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통제해왔다. 23일 현재 심각한 뱅크런 조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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