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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의 경력과 연륜이 역량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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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경제 : <5> 2024 중장년 재취업 시장 키워드는?
도전마다 좌절하는 중·장년
객관적 역량 평가부터 시작
수입보다 적성맞는 선택해야
40세 B씨. 그는 기존 직업 경력을 과감하게 버리고 전혀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국비지원 개발자 과정으로 ①프로그래밍을 6개월간 공부하고 ‘데이터 분석 및 데이터 시각화 분야’로 취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무 경력없는, 나이 40세 취준생에게 IT기업들은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중장년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을 통해 소개받은 ‘마케팅 과정’ 직무교육을 수강한 뒤 드디어 관련분야에 취업에 성공했다.
얼마 전 중·장년 일자리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주최한 간담회의 풍경도 B씨의 험난한 취업 과정과 비슷했다. M테크노밸리 국장님은 “미래ㆍ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세계에서 중·장년을 채용하기는 어렵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B씨처럼 성공하려면, 중·장년 취업준비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4가지 '키워드'로 나눠 생각해보자.
2020년을 기점으로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아닌,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신생 직업 중 반려동물 장의사,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산림 치유 지도사, 창업ㆍ창직 기획자(엑셀러레이터), 귀농ㆍ귀촌 상담원, 도시재생코데이터 등은 중·장년층의 진입이 비교적 쉬운 분야다. 또 “전문 컨설턴트(전직 지원 상담사)가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귀기울일 만하다. 생애 주기가 길어지면서 주목받는 직업군이다. 이런 직업에 도전하려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기술에 추가 훈련이 필요한지(업-스킬링), 아니면 △완전한 새 기술 습득이 필요한지(리-스킬링) 냉정하게 분석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은 물론, 제조업, 문화ㆍ예술, 식품ㆍ농업, 건설업 등 전 산업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중·장년 진입 문턱이 낮은 직업군은 유튜버, 드론 조종사, 식물공장 재배원, 데이터 라벨러, 폐쇄회로(CC)TV 관제 요원 등이 있다. 또 인공 지능 관련 프로젝트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한 단순ㆍ단기 작업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라벨링, 디지털 트윈 등 구현을 위한 단순 그래픽 직업 직무 등이 그런 분야다.
한 대기업 중견 간부 출신 퇴직자가 스타트업 회사 인턴에 응시했다. 그는 ‘어떤 직무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면접관 질문에 ‘뭐든지 할 수 있다’ ‘사내 청년들을 돕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내용이 없었다. 결과는 탈락. 회사가 △관리자를 원하는지 실무자를 원하는지 △어떤 자격과 역량을 원하는지, 전혀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
필자의 경우에도, 재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당신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경력’과 ‘연륜’이라는 답변이 많다. 하지만 ‘재취업 취준생’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나의 역량이 정말로 나의 것이었는지, 과거 회사라는 조직의 것이었는지, 관리자·상급자로 오래 일한 관습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노인교구지도사 양성과정> 이라는 직업교육을 마친 중년 한 분이 자격증(민간)을 취득한 뒤 실습이 필요하다면서 자원봉사를 할 데가 없냐고 문의한 적이 있었다. 노인돌봄과 치매예방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고 있는만큼 관련 교육은 항상 인기가 많았지만, 교육만 수료하고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가 되기란 쉽지 않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일정기간 자원봉사활동으로 실무를 경험하는 게 좋다. 자격증 취득 후 자원봉사활동은 실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위에 언급한 중년분도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1년 가량하며 지냈다. 자원봉사 과정에서 필요를 느낀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한 뒤, 결국 급료를 받는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모든 직무에 현장 실습을 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일자리나 인턴십 프로그램들을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흥미와 적성이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의 재취업 시 직업선택 요인은 수입과 안정성이다. 적성과 흥미는 후순위로 밀린다. 퇴직 후 재취업을 할 경우 근로 조건이 하향되는 게 현실이다보니, 근무 환경이나 적성보다는 ‘수입’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 후 다시 일을 구하려고 할 때는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맞는 일, 흥미가 지속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예전보다 수입이 적어도 일의 즐거움과 보람 등으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인생 후반을 지탱할 힘은 새롭게 일하려고 하는 직업 선택에서 나온다. 중장년의 재취업은 양날의 검이다. 명함이 나를 대변했던 영광은 뒤로하고, 지나온 세월의 경력과 연륜을 경쟁력으로 삼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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