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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입력
2023.11.24 04:30
27면

유럽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키이우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셸 상임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키이우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셸 상임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뉴시스

국가수반이 1년 8개월 만에 한 나라를 6번 공식 방문했다면?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국가 정상의 예우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략한 후 수도 키이우를 6회 방문했다.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EU 27개 회원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중단을 단행하도록 정책 제안과 실행에 앞장서 왔다. 전쟁 발발 한 달 후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신청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4일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 14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유럽이사회)에서 수반들은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을 시작할지 결정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가치공동체 서구를 대변해 힘겹게 투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EU 가입 협상이 내년 중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EU 회원국이 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 협상에 돌입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가파른 고갯길이 될 듯하다.

EU에 가입하려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집행위는 우크라이나 가입 준비 보고서에서 반부패 개혁과 우크라이나에 거주 중인 헝가리와 루마니아 소수인종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 달 전에 국방장관과 병무청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U의 큰 변화도 필요하다. 공동외교안보정책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EU의 정책에는 회원국의 거부권이 허용된다. 현재 EU와 가입 협상 중인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친러 성향이 강해 기존 회원국 헝가리처럼 대러시아 제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회원국들은 외교안보정책에서 다수결 도입에 반대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게 EU 예산의 개혁이다. 현재 예산의 70% 정도가 농민과 낙후지역 지원에 지출된다. 폴란드는 농민 비중이 높고 낙후 지역이 많아 EU 예산의 주요 수혜국이었는데 우크라이나가 가입하면 폴란드를 제치고 가장 큰 수혜국이 된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가입을 지지해왔으나, 막상 이런 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 가입을 수용할 수 있을까? EU 가입 역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유럽통합은 평화 프로젝트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평화를 이 지역까지 확산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와 EU의 끊임없는 개혁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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