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잔다며 생후 9개월 아기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원장… 항소심서 감형

입력
2023.11.22 16:22
수정
2023.11.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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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9년→18년, "신체 학대 등은 무죄" 이유
유족 "아이 우는 소리 귀에 맴돌아" 엄벌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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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수원고법 형사3부(고법판사 허양윤 원익선 김동규)는 22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 등도 명했다. 앞서 원심은 피고인 A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른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자와 합의한 점과 신체 학대 공소사실은 무죄로 변경된 것을 참작해 형량을 줄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망한 피해 아동이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피고인은 해당 아동의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부모는 현재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간절히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에서 유죄로 봤던 ‘아동의 두꺼운 겉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50분간 방치해 신체를 학대했다’는 혐의는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로 판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에게 이런 유리한 사정이 양형을 정하는 데 많이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피해 아동들은 신체적 정신적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영아로, 피고인의 보호를 더 받아야 함에도 함부로 대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경기 화성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원생 천군(당시 생후 9개월)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이불로 덮고 상반신으로 14분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육교사 등은 낮잠 시간이 끝나도 천군이 일어나지 않자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119에 신고했다.

검찰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항소심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베트남 출신 피해 아동 어머니 B씨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다. 우리 아이를 학대로 죽음으로 내몬 사람에게 제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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