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형성 안 된 신축 오피스텔로 전세사기 친 남매 구속…. 모친도 공모

입력
2023.11.23 14:48
수정
2023.11.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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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방식, 보증금 46억원 가로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집회.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집회.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시세 정보가 형성이 안된 신축 오피스텔을 매입해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편취한 일당이 구속됐다. 손실 위험성을 알려줘야 할 공인중개사들은 오히려 범행에 가담해 이익을 챙겼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임대사업자 남매인 A(48·여)씨와 B(45)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범행을 공모한 분양업자 C씨와 브로커 D씨, A씨 남매의 모친과 분양업체 직원 등 4명도 불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전세 계약을 중개하고 법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 수수료를 챙긴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공인중개사 19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A씨 남매와 C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서울시 금천구 소재 40여 세대 규모 신축 오피스텔을 세대별로 매입한 뒤 분양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20명으로부터 46억 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가격이 꺾이면서 주택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역전세' 상황이 심화되고 있었으나, 이들은 이같은 사실을 숨긴 채 임대 계약을 맺었다. A씨 남매는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매입과 전세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 계약’ 수법으로 오피스텔 소유권을 취득했다.

A씨 남매는 실제 매매가 보다 3,000만 원 정도 비싼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고, 분양업자로부터 건당 300만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덜한 사회 초년생들로 실거래가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다 보니 적정가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전세사기의 표적이 됐다. 이런 사실을 알려줘야 할 공인중개사들은 오히려 이들의 범행을 도왔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의 경우 건당 800만~1,500만 원의 초과 중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남매와 모친 등 가족 5명이 보유한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과 빌라는 370여 세대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남매 일가가 2020~2021년쯤 주택을 집중 매수한 정황을 확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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