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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취향이든 개그 취향이든, 일단 들고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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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개그 만화를 점점 찾아보기 힘든 지금, 여전히 "정통파 개그 만화"의 왕도를 걷는 이창현(글) 유희(그림) 작가 콤비가 지난 7월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권을 무려 5년 만에 냈다. 해박하고 수준 높은 인문학적 대사가 현란하게 쏟아지는 사이사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B급 개그가 "예비 박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독자가 열광했던가! 책을 심하게 많이 읽고 무섭게 집착하는 이 "병든 인간"들의 허세 작렬 티키타카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문화센터 독서 모임의 밤. 회원들은 여느 중독자 모임처럼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익명으로 인사를 나눈다. 안녕, 사자. 안녕, 고슬링. 안녕, 슈. 도무지 성실한 납세자로는 보이지 않는 수상한 면상에 분위기도 냉랭하다. 이들은 신입회원이 대문호의 이름을 별명으로 쓰거나 유명한 문장을 (그것도 잘못) 인용하면 몹시 짜증을 내며, 밑도 끝도 없이 "선물할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격노한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자는 추방이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글이 장황하면 질색하고, 번역서를 볼 땐 원서와 목차가 같은지 일일이 대조해본다. 이 까탈스러운 독서 중독자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질문은 하나뿐이다. "요즘 뭐 읽어?"
첫인상은 무섭지만 막상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반전이 있다. 좋은 책 고르는 법? 어려운 '권장 도서'나 맥락 없는 '베스트셀러' 말고 평소 관심사에 맞는 쉬운 책부터 읽으면 된다. 주석이 많아서 불편하면? 그냥 무시해라, 중요한 내용은 본문에 있으니까. 또한 이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다. 읽다가 별로다 싶으면 주저 없이 내려놓거나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는다. 고지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고 끙끙대다가 책과 멀어지느니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는 게 낫다는 팁. 자기계발 마니아 '노마드', 비극 문학만 읽던 '경찰', 소설가 지망생 '로렌스'는 회원들의 조언에 힘입어 협소했던 독서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점점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2권에서는 두 명(?)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도서관 사서인 '다크 섹시'는 독서인들이 동경하는 직업인 사서가 실제로는 사서 고생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맥베스' 공연 이후 종적을 감춘 예티의 자리에는 신비동물 사스콰치가 태연하게 앉아 있다. 예티와 사스콰치가 웬 말이냐고? 이 작품을 독서인들이 방에서 조근조근 대화나 나누는 걸로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방대한 스케일의 언더커버 첩보 액션이 펼쳐지는 가운데 설원의 올림픽과 냉동과 해동의 사랑 이야기가 액자 형식으로 그려지며 셰익스피어 비극의 무대를 볼 수 있고 또... 축구인들이 나오고... 공군이 나오고... 아니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나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그냥 봐야 한다.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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