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키로 21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주택 유형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된 비율이 또다시 적용돼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가 된다. 지난해 6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개편 작업에 착수한 국토교통부는 당초 이달 중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현실화 계획 공청회에서 돌연 발표를 연기한 뒤, 일단 내년도 현실화율만 임시 동결키로 한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다. 2020년 계획을 수립한 문재인 정부는 현실화율 최종 목표치를 시가의 90%로 정하고, 연도별로 지나치게 급격히 현실화율을 올려 화근을 불렀다. 집값 급등에 현실화율 급등까지 겹쳐 보유세가 비상식적으로 치솟았고, 이후 집값이 하락하자 공시가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역전’까지 빚어져 민심이 들끓었다. 공약은 파국적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 개편 작업은 이번에 또다시 개편안 수립이 연기되면서 집권 3년 차가 되도록 임시체제가 적용되는 파행을 이어가게 됐다. 공시가격이 조세와 복지 등 60여 종의 다양한 행정업무 준거라는 점에서 정책과 민생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만 내년도 현실화율을 동결키로 한 건 내년 집값 하락(2% 추정)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공시가격은 기본적으로 책정시점과 행정적 적용시점 간의 시차 때문에 적정성 문제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애초에 공시가격 현실화 공론이 형성된 건 시세와의 지나친 괴리, 고가 부동산일수록 저평가되는 역진성 등 고질적 문제 때문이었다. 전 정부의 큰 실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공시가 현실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개편을 조속히 마무리하되, 현실화 계획 폐기보다는 기존 틀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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