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아파트 주민에게 경비·청소원 임금 확인하도록 한 지자체가 있다

입력
2023.11.25 12:00
수정
2023.11.25 16:06
구독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57>경기도의 아파트 노동자 중간착취 근절 노력

편집자주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2019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업체나 파견업체가 노동자에게 다 주지 않고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어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국회에 발의된 '중간착취 방지 법안들'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 한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상황. 한국일보는 중간착취 문제를 꾸준히 고발합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경비원, 청소원들의 원청입니다. 관리비를 내고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 경비원 혹은 청소원들이 임금이나 수당, 퇴직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혹시 확인해본 적이 있습니까?

“관리비 꼬박 꼬박 냈으니, 잘 받고 있겠지”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용역업체의 중간착취(임금 중간 착복 등)는 원청의 그런 방심 속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아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경기도인데요. 경기도는 올해 6월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개정해서, 도내 300가구(승강기가 있으면 150가구) 이상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사무소장 등)에게 노동자의 임금을 확인하도록 의무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18조)은 지자체가 준칙을 정하고,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 등은 준칙을 참조하여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요.

국회는 ‘중간착취 방지법’ 입법을 외면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라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다행입니다. 경기도청 공동주택과 관계자에게 이 내용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S아파트 홍성준 경비원이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S아파트 홍성준 경비원이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주민들의 임금확인 의무 규정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저희가 (임금 중간착취에 대한) 뉴스를 봤다. 그리고 임금 착복 문제에 대해서, 경기도 의원 중 한 분이 개선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경기도는 보도자료에서,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김태형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5)이 ‘경비원 임금 피해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내 아파트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나.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이 개정됐으니 아파트 관리규약에 반영을 하라고 안내를 드린 거다. 현재 관리규약 개정이 얼마나 이루어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최근에 경기도 31개 시군에 확인 중에 있다.”

-준칙이나 관리규약을 안 지켜도 제재 방법은 없는 건가.

“법에서 명확하게 정의해놓은 것이 아니라면, 시청에서 법령 위반 사항이 아닌 이상 명령을 내리기는 힘들다. 다만 관리규약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 지도를 할 수가 있다. 아파트 관리주체는 관리규약에 따라 단지를 운영할 의무가 있다. 지도를 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그 이후의 단계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

지난 4월 경기도 노동권익과와 공동주택과에서 공동으로 낸 보도자료의 일부.

지난 4월 경기도 노동권익과와 공동주택과에서 공동으로 낸 보도자료의 일부.

-경비원을 1년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준칙도 도입하셨는데.

“(몇 달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단기계약과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다. 해결 방안 검토가 있었고, 경기도청 노동권익과와 공동주택과와 함께 개선 사항을 찾았다. 내부 검토에서 시작된 것이다.”

-준칙 개정 과정은.

“개정 같은 경우는 민원 접수를 받거나 아니면 다른 국민 제안으로 들어오거나 권익위 개정권고사항 또한 법령개정 사안 등이 있으면,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다. 내부 조례로 준칙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 관련 기관들로 구성된 위원회이다. 의견 조회 후에 심의안건으로 상정하고 가결되면 준칙 반영을 해서 개정을 진행한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경비원이 연휴 기간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경비원이 연휴 기간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중간착취 방지를 위한 아파트 준칙 살펴보니

경기도의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에서 아파트 노동자들을 위한 중간착취 방지 조항은 3가지로 요약됩니다. 임금, 수당, 퇴직금을 중간착취당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항이지요.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도록 하는 조항은 고용불안 완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1년 이상 일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용역업체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해고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습니다.

①관리주체는 경비·청소 등 각종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용역비 청구 시 제출한 임금내역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②관리주체는 경비·청소 등 각종 용역업체와 별지 제9-2호 서식의 "용역계약서"에 용역비 산출내역서를 첨부하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용역내용이 산출내역서와 다르게 제공되었을 경우에는 용역비를 정산한 후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퇴직적립금, 연차수당, 4대 보험 등은 기성대가 및 준공대가 지급 시 용역업체가 지급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지급하여야 한다.

③배치하는 인력에 대하여 용역의 안정적인 수행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고려하여 근로계약을 제8조(○년간)에서 정하는 기간 또는 1년 이상의 기간으로 체결하도록 협조한다.

이 준칙의 내용은 시도마다 다르고, 노동자 임금 중간착취 방지 조항을 전혀 담지 않은 지자체들도 많습니다. 광역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이 준칙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주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준칙 개정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 수많은 중간착취 사례와 법 개정 필요성을 보도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Collect/2244 로 검색해 주세요.

이진희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