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벌이론 못 살아요"... 아이 학년 오르자 취업 나선 엄마들

입력
2023.11.22 04:30
수정
2023.11.22 15: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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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기혼여성 고용 현황'
'유자녀 여성' 고용률 역대 최고
30대 경력단절 비율 가장 높아

한 워킹맘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워킹맘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워킹맘한테 3번의 위기가 와요. 복직 후 처음 어린이집 보낼 때, 유치원 입학 때, 초등학교 입학 때. 저는 첫 위기를 못 넘기고 그만뒀는데 아이가 내년에 아홉 살이어서 다시 일하려고요.”

홍보대행사에서 퇴사한 황모(45)씨가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는 건 빡빡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학원비와 전세 대출금,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남편 외벌이로는 못 살아요. 그래서 주변에 전업맘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워킹맘’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출산과 맞물린 30대의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현상’은 여전하다. 유연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여성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2.2%포인트 오른 60.0%였다.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60%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8.2%)과 교육서비스업(16.1%), 도매‧소매업(12.9%)에 종사했다.

자녀가 많을수록, 자녀가 고학년일수록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1명인 기혼여성의 고용률(61.2%)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올랐지만, 자녀 2명(59.3%)과 3명 이상(56.6%)에선 각각 2.7%, 3.7%포인트 상승했다.

자녀 나이에 따른 편차도 컸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52.3%였지만 자녀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경우엔 62.6%까지 뛰었다. 중학교 이상에선 해당 비율(68.3%)이 더욱 높아졌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높아진 고용률에도 경단녀 현상은 변함이 없었다. 경력단절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였다. 미취업 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30대 초반이 63.8%, 30대 후반은 65.9%에 달했다. 회사를 다니다가 여러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10명 중 6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는 육아(42.0%)가 가장 많았고, 결혼(26.2%)과 임신·출산(23.0%), 자녀 교육(4.4%) 등이 뒤를 이었다.

임경은 고용통계과장은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을 겪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40대 후반~50대에 시간제 일자리를 하며 줄어든 소득 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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