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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제3지대 정당 움직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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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인생에는 여러 변곡점이 있다. 내 진로의 변곡점이 된 사건은 2015년 4월 있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조차 '명연설'이라고 극찬했던 그 연설을 보면서 '저런 정치인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도 언론학에 언론사 인턴도 두 번이나 했고 학교 언론고시반까지 들어갔지만, 기자의 꿈을 접고 국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배신의 정치'로 떠들썩했던 2015년 여름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날 즈음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개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중도진보성향이라고 생각하지만, 바른정당의 행보를 응원했다. 이견은 조금 있을지언정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북한 이슈를 들먹이고 권력자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찍소리 하지 못해 탄핵의 수렁에 빠진 기존 보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에는 조직된 지지층이 없었다. 한때 보수정당 중 수위를 달렸던 지지율은 이내 자유한국당에 추월당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지내온 정치인들은 황무지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친 '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남은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합당하여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패착이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과 호남 지역주의 정당의 공존은 불가능했다. 시작부터 바람 잘 날 없던 바른미래당은 결국 2년 만에 사분오열했다.
최근 대두되는 제3지대론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건 반복된 학습효과의 산물이다. 저들이 산을 옮기는 우공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목적의식과 대의를 가지고 시작한 바른정당도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날 제3지대를 말하는 정치인 중 많은 이에게선 그때 바른정당만 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얼른 비싼 값에 팔아치우려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는 것 같다. 정말 당을 꾸릴 생각은 있는 건지, 말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창당은 감감무소식. 혐오주의자라고 비난할 땐 언제고 선거가 가까워지자 연대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제3지대라면 선거를 위한 이합집산 내지는 몸값 높여 '엑시트'하려는 전략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이런 의구심에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면 '친윤 정당'과 '개딸 정당'이 장악하는 국회를 향한 우려가 큰 와중에도 그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만일 바른정당이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요즘처럼 양당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기에 가장 주목받는 정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용산만 바라보는 여당에 실망한 보수 지지층은 물론 저급한 팬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야당 지지층에도 소구력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없는 정당에 표를 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 등장하게 될 제3지대 정당들이 진정 변화의 열망을 담는 그릇이 되고자 한다면 고된 길이더라도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주길 바란다. 하다못해 요 몇 년 사이 급성장한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이나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같은 극우 정당들도 적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을 버티다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는데, 적어도 그들만큼의 끈기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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