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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사진 쥐고 세상 떠난 암환자 산모

입력
2023.11.21 20:00
25면

편집자주

국민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현실. 그러나 연명의료기술의 발달은 죽음 앞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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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8주 차의, 30대 초반의 산모가 복통이 심해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태아의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았고, 응급으로 제왕절개술을 받았다. 아기의 체중은 650g에 불과했고 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이송됐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던 환자와 가족들에게 또 다른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제왕절개술 중 복막에 이상한 종양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담당 의사는 종양을 제거해 조직검사를 의뢰했는데, 암으로 최종 판정됐다. 분만 후 제대로 몸도 추스르지 못한 산모는 암 환자가 돼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고, 그 결과 췌장암이 복막뿐 아니라 간, 폐, 뼈 등에도 전이된 상태를 알게 됐다. 암이 진행되면서 몸에 나타난 불편함과 통증들을 임신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암은 참으로 잔인한 병이다. 고령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신생아부터 임산부까지 암 발병에서 자유로운 연령대는 없다. 이 중 의료진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은 임신부에게서 전이성 암이 처음 진단된 경우다. 암 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까지 고려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의 증상이 임신과 함께 발생하는 정상적인 신체의 변화로 오인돼 임신부에서는 암의 진단이 늦어진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 유방에 발생한 종양을 임신으로 발생한 자연스러운 변화로 오해하고 별도의 진료를 미루고 있다가 암이 전이된 후에야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결말은 산모의 암도 완치되고, 태아도 아무 탈이 없이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하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태아가 안전하게 출산이 가능한 34주 차까지 항암치료를 미루면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환자를 우선한 치료 결정을 대부분 하지만, 본인의 건강보다 태아를 지키기 위해 치료를 미루는 환자도 적지 않다.

위 산모의 경우는 제왕절개술 중에 암이 발견돼 치료여부 결정에는 갈등 요인이 없었으나, 안타깝게도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항암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환자는 아기를 한 번이라도 자신의 품에 직접 안아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세균감염의 위험이 우려돼 불가능했다. 힘든 투병을 하는 동안 가족이 촬영해서 보내주는 아기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보는 게 환자의 유일한 위안거리였고, 아기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소식이 큰 기쁨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650g으로 태어난 아기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큰 문제 없이 성장했다. 체중이 2.6㎏까지 늘자, 퇴원해 집으로 갔다. 가족들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건강하게 생존한 것처럼 아기 엄마도 암을 이겨내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엄마의 마지막 한 달은 마약성진통제 주사를 정맥으로 계속 주입했지만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혈전증으로 인한 하지 부종의 악화로 거동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의식 상태도 점점 나빠져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환자는 아기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출산과 동시에 암이 진단된 지 5개월 만에, 마치 아기인 것처럼 휴대전화를 가슴에 안은 상태로 숨을 거둔 엄마의 모습은 수많은 죽음에 익숙해진 의료진조차 눈물을 삼키게 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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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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