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 김정은이 ‘파리의 연인’으로 갈증 느낀 이유

입력
2023.11.26 15: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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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힘쎈여자 강남순'의 황금주 역 배우 김정은
"'백마 탄 왕자' 기다리는 캔디 아닌 황금주, 카타르시스"

배우 김정은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종영 인터뷰에서 "돈도 많고 힘도 센 황금주를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소속사 제공

배우 김정은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종영 인터뷰에서 "돈도 많고 힘도 센 황금주를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소속사 제공

"애기야, 가자!"

20여 년간 입에 오르내려 온 이 명대사를 낳은 SBS '파리의 연인'(2004)은 배우 김정은(49)을 명실공히 로맨틱 코미디 퀸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당시 20대였던 김정은은 기쁨과 함께 남 모를 갈증을 느꼈다.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선택되어지잖아요.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밖에 못 쓰이나' 목 마르더라고요."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은 "여성이 (스토리상) 곁다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기다려온 김정은이 "카타르시스를 느낀" 드라마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연기한 강남순(이유미)의 엄마 황금주는 힘이 세고 돈이 많다. 게다가 '강남순'은 강남순과 그의 엄마 황금주, 그의 할머니 길중간(김해숙) 세 모녀의 이야기였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은은 "출연 제안을 받고 세 모녀가 만나는 장면을 대본에서 본 순간,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어 '무조건 할게요'를 외쳤다"고 돌아봤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김정은이 연기한 강남순 엄마인 황금주의 모습. JTBC 제공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김정은이 연기한 강남순 엄마인 황금주의 모습. JTBC 제공

황금주는 역대 여성 캐릭터 중 가장 파격적이다. 가죽 슈트를 입고 오토바이를 즐겨 타며, 괴력을 발휘하는 것도 모자라 자수성가해 번 어마어마한 돈으로 문제를 척척 해결한다. 그는 "황금주가 너무 좋다"면서 "마음 한 구석이 여린 것도, 중요한 순간마다 삐끗하는 B급 감성마저도 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정은의 주특기인 코미디 연기가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가문의 영광' 등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영화로 크게 주목받았다. "어릴 땐 '코미디가 네 전공이야'란 말이 칭찬인 줄도 모르고 '다른 것도 잘 하는데요'라며 발끈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이제 "나만이 할 수 있는 코미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우 김정은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종영 인터뷰에서 "20~30대에 치열하게 일만 하다가 결혼 등으로 일과 한 발 더 떨어져 보니 여유도 생기고 일이 더 소중해졌다"면서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소속사 제공

배우 김정은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종영 인터뷰에서 "20~30대에 치열하게 일만 하다가 결혼 등으로 일과 한 발 더 떨어져 보니 여유도 생기고 일이 더 소중해졌다"면서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소속사 제공

20~30대를 지난 뒤 결혼 이후 일과 한 발자국 떨어져 보니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됐다는 그는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극 중 황금주의 엄마인 길중간이 "늙으면 심장이 안 뛴다고? 가슴이 처지지 심장이 처지니?"라고 반문한 대목을 거론하며, "심장이 처지는 건 정말 아니더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27년차를 맞은 김정은은 인터뷰 동안 "'올드'해 보이면 안 되는데"란 걱정을 자주 내비쳤다. 그래서 3년 만의 복귀작이던 '강남순' 현장에서 감독의 디렉팅이나 젊은 스태프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받아들이려 했다. 김정은은 "일부러 편집실에 자주 놀러 가 모니터링도 하면서 황금주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황금주(김정은)의 엄마인 길중간(김해숙). JTBC 제공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황금주(김정은)의 엄마인 길중간(김해숙). JTBC 제공

26일 종영한 '강남순'은 판타지 코믹물이지만, 힐링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거악과 맞서 이기는 '정의'를 보여주는 세 모녀의 이야기가 통쾌해서다. 김정은 역시 "'강남순'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이유는 각자 삶이 퍽퍽해서가 아닐까 싶다"면서 "잠시나마 위로받으셨으리라 생각했고, 작품으로 나 역시 위로받았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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