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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컨베이어 벨트 없는 자동차 생산 시설? 싱가포르 도심 속 7층짜리 건물의 정체는

입력
2023.11.21 16:00
수정
2023.11.21 17:3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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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가보니
①인재 많고 ②법인세 낮고 ③실험에 최적

사진=박구원 기자

사진=박구원 기자


'미래 도시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정홍범 현대차 HMGICS 법인장


자동차 공장과 시험 주행 트랙, 구매 및 출고 센터, 그리고 연구개발(R&D) 센터까지. 7층짜리 건물에는 이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자동차 제조나 부품 이송 등 고된 작업은 대부분 로봇이 하고 사람은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지어졌다. 현대자동차가 싱가포르 서부 주롱혁신단지에 21일 문을 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모습이다.

준공식을 닷새 앞둔 16일 취재진을 미리 맞은 HMGICS(HM직스)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미래형 공장'이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졌고, R&D에서부터 생산, 시험 주행, 출고까지 한 건물 안에서 진행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이곳 운영을 총괄하는 정홍범 HM직스 법인장은 이곳에 대해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이끌 수 있는 특별한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거들 뿐, 로봇 중심 공정 현실로



장재훈(왼쪽부터) 현대차 사장, 최훈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 픙 총 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장,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가 21일 싱가포르 주롱혁신단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준공식에서 나란히 서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장재훈(왼쪽부터) 현대차 사장, 최훈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 픙 총 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장,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가 21일 싱가포르 주롱혁신단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준공식에서 나란히 서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점검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점검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연면적 9만 ㎡(약 2만7,000평)의 HM직스에서 만드는 차량에 사람 손은 거의 닿지 않는다. 1층에서 로봇이 차량 골격을 스캔 맞춤형 차량 제작으로 설계하고 1·2층에 배치된 기계들은 부품을 구분해 3층에 마련된 생산 시설로 오차 없이 옮긴다. 3층에 마련된 생산 시설은 흔히 쓰던 '생산라인'이라는 표현이 어색했다. 수백 명의 작업자가 공정 단계마다 서 있던 컨베이어 벨트 대신 타원형의 소규모 작업장에 직원 한 명만 들어가 로봇과 함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뚝딱' 만들고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사람은 생산 현황을 파악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실제 시설 바닥에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로 불리는 자율주행 로봇이 라이다(Lidar)와 센서를 통해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가며 부품을 나르고 있었고 일정 수준으로 조립된 차체는 무인운반차량 '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바닥에 있는 QR코드를 읽어가며 옮겼다.

이렇게 완성된 모든 차량은 옥상 격인 5층으로 옮겨져 시험 주행을 거친다. 트랙 형태로 지어진 주행 시험장 '스카이 트랙 드라이빙 센터'는 총길이가 약 620m였다. 최대 시속 83㎞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곡선 구간은 최대 36.83도까지 기울어져 있어 접지력은 물론 곡선에서의 가속, 제동능력 등을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다.



왜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인가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내 스카이트랙에서 아이오닉 5가 주행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 내 스카이트랙에서 아이오닉 5가 주행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센터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센터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처럼 첨단 기술이 집약된 혁신 허브는 왜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지어졌을까. 정 법인장은 ① 입지와 ②인재 유치, 그리고 ③미래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최적의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법인장은 "HM직스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36㎞, 투아스항과 17㎞ 거리에 있다"며 "앞으로 항만과 주롱혁신단지를 잇는 철도까지 개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이이공대 등에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 있어 높은 수준의 산학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집약적 도시라는 특징은 미래 모빌리티와 유통 실험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기업 친화적 정책도 현대차의 투자를 이끌어낸 모습이다. 현대차가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④한국보다 훨씬 낮은 싱가포르의 낮은 법인세 등 각종 세제 혜택 또한 매력적이었을 거란 게 현지 사업가들 얘기다. 한 현지 한국인 사업가는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인데 이는 20% 중반대의 한국보다 낮다"며 "한국에선 최대 50%까지 내야 하는 상속·증여세도 싱가포르엔 없어 세제 관련 부담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 직원은 280여 명으로 같은 규모의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사람은 훨씬 적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미국 조지아 공장과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이날 준공식에 참여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환영사에서 "싱가포르와 현대차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공통의 혁신 DNA를 갖고 있다"며 "HM직스를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싱가포르=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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