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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2만여 권 훔치고, 사람 가죽으로 책 만들고..." 송경진이 꼽은 단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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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 한 번도 대출이 안 됐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정말 흥미로운 책인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사서'의 기질을 숨길 수가 없는 걸까. 송경진 전 마포중앙도서관장이 서재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좋은 책을 어떻게든 읽히게 하려는 마음이었다.
그가 서재에서 꺼내든 책은 미국의 작가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의 '젠틀 매드니스'. 1,111쪽에 무게만 2kg에 달하는 벽돌책. 하지만 참고문헌이나 주석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본문은 그보다 짧기에 무게에 질리지만 않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송 전 관장은 설명한다.
젠틀 매드니스는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가 '애서광증(愛書狂症)'인 자신의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한 표현에서 차용한 것으로, 책에는 온갖 도서수집가가 등장한다. 희대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는 미국 전역 268개 도서관에서 훔친 2만3,600여 권의 희귀본을 가져다가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했다. 1837년에 만들어진 책 '제임스 앨런, 일명 버디 그로브의 회고록'의 장정은 무려 사람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단다. 책은 단순히 책 수집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도서관의 역할을 짚으며 책과 책에 담겨 있는 지식을 사회가 어떻게 평가해 보전하려 했는지를 심도 있게 다룬다.
언젠가 그는 이 책처럼 '책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꿈이다. 도서관학 전공자로 책에 대해서는 웬만큼 안다고 자부했으나, 이 책을 펼쳐보고는 자신도 모르는 책의 세계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스스로 '젠틀 매드니스'인지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하는 말. "저는 이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책이 오래오래 전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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