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하며 손 떨고 울컥한 이재용 "합병 과정, 사익 염두에 둔 적 없다"

입력
2023.11.17 19:50
수정
2023.11.17 20:03
구독

불법 경영권 승계·분식회계 의혹 무죄 주장
"주주에게 피해, 결단코 생각한 적 없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역량 쓰게 해달라"
"책임 제가 감당해야"... 최지성 등 선처 호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경영권 승계 및 분식회계 의혹 관련 선고 전 마지막 공판에서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속일 의도가 결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재판 최후진술에서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돼 임·직원, 주주, 고객, 협력회사,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게 저의 목표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으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되고,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제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선대회장을 거론하며 삼성전자 회장으로서의 책임감을 힘줘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에겐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기본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라성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등 새로운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해서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등에 대해선 선처를 부탁했다. 이 회장은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와 눈 맞춤을 하면서 준비해온 원고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던 이 회장은 원고를 잡은 양손을 덜덜 떨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는 점, 그가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