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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우승 한 푼 LG, ‘전설의 소주’로 건배

입력
2023.11.17 18:12
수정
2023.11.17 18: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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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캡틴 오지환이 17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구단 축승회 행사에서 한국시리즈 MVP 선물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 제공

LG 캡틴 오지환이 17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구단 축승회 행사에서 한국시리즈 MVP 선물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 제공

“하늘에서 보고 계신 선대회장님께서도 누구보다 굉장히 기뻐하시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가 마침내 28년 묵은 ‘우승 축배주’ 아와모리 소주의 뚜껑을 열었다.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입한 이 술은 너무 오래돼 실제 마실 수 있을지 불투명했는데, 최근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받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선수단, 관계자 등 총 160여 명이 축배를 들었다.

LG는 17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LG 선수단, 임원, 트윈스동호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연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우승 축하 영상 상영에 이어 선수단 소개, 우승 트로피 전달, 감독과 주장의 감사 인사, 아와모리 축하주 건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롤렉스’ 시계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관심은 역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이었다. 그간 경기 이천의 LG챔피언스파크 숙소 사료실에 보관돼 있던 아와모리 소주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1994년 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찾은 구본무 회장이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이 술을 나눠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라고 제의하면서 시작된 ‘전설의 술’이다.

그 해 가을 창단 두 번째 우승을 한 자리에서 술을 비운 LG는 기분 좋은 징크스로 여겨 이듬해 전지훈련을 마친 뒤에도 이 술을 사 들고 귀국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28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 1995년 구입한 소주는 세 통이었으나 조금씩 증발해 몇 년 전 항아리 한 통에 합쳤다. 기존 소주는 4분의 3 정도 남아 있어,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구단 관계자가 오키나와로 날아가 두 통을 새로 구입해 모자란 양을 채웠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과 차명석 단장이 아와모리 소주를 잔에 채우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과 차명석 단장이 아와모리 소주를 잔에 채우고 있다. LG 제공

아와모리 소주를 잔에 채운 구광모 회장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하늘에서 보고 계신 선대회장님께서도 누구보다도 굉장히 기뻐하시며 이 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면서 건배 제의를 했다. 이어 선수단과 스포츠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이제 팬들은 더 이상 1994가 아니라 2023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쁨의 숫자를 늘려가며 팬들의 마음속에 자랑스러운 오늘의 멤버들이 영원히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지환이 반납 의사를 밝힌 롤렉스 시계도 축승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구 회장이 1998년 해외 출장 중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며 사온 당시 시가 8,000만 원 상당의 명품이다. MVP에 선정된 오지환은 인터뷰에서 “상징성을 고려해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드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사료실에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구 회장은 “오지환 캡틴의 그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그 뜻을 담아 ‘한국시리즈 MVP, 캡틴 오지환’의 이름으로 의미 있게 전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일단 LG는 오지환에게 시계를 전달했고, 오지환은 자신의 손목에 착용해 보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반납식’을 치렀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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