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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어 현대그룹 20년 이끈 현정은의 결단..."이제 외곽에서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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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스스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최근 사회 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핵심 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임할 뜻을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 회장의 결정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선제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현 회장이 물러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임시주주 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고 임시이사회를 통해 새 이사회 의장을 뽑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12월 29일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 선임의 건을 제1호 의안으로 올린다고 알렸다.
현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해외 협력사를 만나거나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등 외곽에서 회사를 돕는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현 회장은 몇 달 동안 주주와 전문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이사회 운영 개선과 주주 환원 등 기업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을 숙고했다는 후문이다.
1976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결혼한 현 회장은 2003년 8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같은 해 10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취임 후 경영권 분쟁과 해운업 위기를 거쳤고 2016년엔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현대상선(현 HMM)을 내다 팔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도 매각됐고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만 남게 됐다.
하지만 그런 현대엘리베이터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몇 년째 2대 주주였던 쉰들러홀딩스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2006~2014년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파생 상품 계약과 관련된 주주 대표 소송을 진행해 이겼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금과 지연 이자로 2,800억 원을 지급했다. 이후 쉰들러 측은 꾸준히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내다 팔며 9월 말 기준 12.91%를 보유하며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재계에서는 적대적 세력들의 잇단 압박 속에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체계를 확립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주주와 사회, 국가경제에 더욱 큰 이바지를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이 이날 주주환원정책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최저배당제를 시행해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주주들에게 안정적 배당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또 비경상 수익에 대해서도 별도의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회사 측은 또 이사회 운영정책 개편과 함께 지배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뽑는 절차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성과와 연동된 사외이사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수립하고 감사위원회와 별도의 지원 조직을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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