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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당 합병' 이재용에 징역 5년 구형... "신뢰 무참히 훼손"

입력
2023.11.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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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2개월 만 재판 마무리... 결심 공판
檢 "반칙의 초격차"... 벌금 5억도 요청
李 "경영상 합병 필요, 유죄 인정 못 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경영상 필요한 합병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부터 계속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내년 1월 26일 1심 선고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는 점, 그가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한 구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쌓아온 자본시장 및 회계 분야 신뢰를 무참히 훼손했다"며 "그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외이사는 거수기로 남고, 회계법인은 클라이언트(고객) 요구에 짜맞춘 의견서를 남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이 회장 측은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로 보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유가하락, 실적악화 등 삼성물산의 침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할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면서 "또 합병 목적이 경영권 승계라는 사실을 은폐한 적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허위가 아니라는 회계사들 증언도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선 "합병을 안 했다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대응했고, 분식회계 등 혐의에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게 경제적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회장은 2015년 5~9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과 공모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하게 합병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당시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최소 비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울 목적으로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등의 불법을 저질렀고, 이 회장도 미래전략실로부터 관련 사안을 보고받는 등 범행을 총괄했다고 봤다. 또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아 이 회장은 회사가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회사와 주주들은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 원 상당의 자산가치를 높게 산정해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되면서 이 회장이 비용을 덜 들이고도 합병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1심 선고는 정기 법관 인사가 단행되기 전인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됐다.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사건에서 촉발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1심 결론이 기소 시점 기준 3년 5개월 만에 나오는 셈이다. 이날을 포함해 그간 공판만 106차례 열렸고, 법정에 출두한 증인만 80명에 달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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