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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새 '화식조'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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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화식조(火食鳥·Cassowary)'가 호주 해변가에 출몰해 사람들이 기겁한 일이 호주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라는 공포의 존재다. 지난달 31일 퀸즐랜드주 케언즈 남부에 위치한 빈길 해변에서 홀로 유유히 물놀이를 즐기는 것을 인근 캠프장 방문객들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처음엔 거북이나 상어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다고 한다.
□ 키가 최대 2m에 몸무게가 암컷은 70kg 덩치다. 단둘이 마주치면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힐 것이다. 거대 주조류(주금류) 멸종위기종이다. 타조의 사촌쯤으로 호주나 뉴기니에 서식한다. 목 부분의 붉은 살덩이가 불을 삼키는 것처럼 보인다. 시속 50km로 뛰고 도약 높이는 2m에 달한다. 양쪽 발에 날카로운 발톱 3개가 있는데 안쪽은 길이가 12cm쯤 돼 단검이나 마찬가지다. 포악한 성질에 사람을 공격하고 다리 힘이 강력해 맹수조차 위협받는다.
□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사람에게 위험을 줄 2급 야생동물’로 분류된다. 악어, 구름무늬 표범 등과 같은 등급인데 놀랍게도 이 위험한 화식조를 사육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9년 플로리다 케인즈빌의 농장에서 관상용으로 화식조를 기르던 75세 남성이 공격당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먹이를 주다가 넘어져 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유족이 “고인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 걸 보면 위험한 희귀동물에까지 정서적 유대를 찾는 게 인간 본능인 것 같다.
□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선 맹수 기르기 유행으로 치타나 사자 밀수가 급증해 왔다. 애완용 치타가 어려서 이빨과 발톱이 제거돼 폐사하는가 하면, 애완용 사자에게 물려 주인이 사망하는 일도 벌어진다. 중국에선 올해 뱀을 비롯한 외래종 파충류와 양서류를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소음이 없어 주변과 분쟁 소지가 적지만, 유해 바이러스 전파 위험으로 보건당국은 노심초사다. 반려동물이 1,000만을 웃도는 한국도, 동물에게 물리는 교상(咬傷) 환자가 증가세다. 도시화된 현대인들이 각종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힐링 대상을 찾는 건 피하기 힘든 흐름이 됐다. 복잡한 인간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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