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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상환기간·담보비율 통일...'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

입력
2023.11.16 18: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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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기간 90+α·담보비율 105%로 일원화
기관투자자,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화
"한국 시장만을 위해?" 외인 투자 위축 우려도

김소영(왼쪽 세 번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소영(왼쪽 세 번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공매도 거래 시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이 일원화된다. 그간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는 조치다.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이 의무화된다.

국민의힘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16일 국회에서 민ㆍ당ㆍ정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 등을 이유로 앞서 6일 주식시장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전면 금지했다. 이날 발표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정은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 조건을 통일하기로 했다. 통상 기관투자자는 대차 방식으로,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대주 방식으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데, 그간 기관 대차와 개인 대주의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차는 기관투자자와 주식 보유자가 별도 계약을 맺고 장외에서 주식을 주고받는 거래이며, 대주는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기관투자자는 개인보다 신용도가 높아 공매도 거래 조건이 유리하다.

당정은 중도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기간(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하게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20% 이상인 개인 대주의 담보비율(빌린 주식에 대한 담보금액)은 기관 대차와 동일하게 105%(현금 기준) 이상으로 낮춘다.

일부 거래조건은 개인투자자에게 더 유리해진다. 기관 대차는 주식 대여자가 중도상환을 요구할 경우 주식을 상환해야 하지만, 개인 대주는 중도상환요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개인 대주의 코스피200 주식 담보비율은 120%지만, 기관 대차는 135%로 더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 대비 신용·위험감내능력이 낮은 개인투자자도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내부 통제 기준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근 불법 공매도가 발생한 원인으로 증권사의 미흡한 공매도 시스템이 손꼽히면서다. 이에 당정은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구축한 기관투자자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기준 외국계 21개사와 국내 78개사가 이를 적용받는데, 이들의 공매도 거래 규모는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에 해당한다.

당정은 불법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이 가능한지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2020년 국회는 해당 시스템 구축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거래소가 유관기관, 전문가, 업계, 투자자 등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폭넓게 논의하고 공론화 과정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5% 이상인 투자자가 공시되는 공매도 정보공개 범위도 앞으로는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의 차입공매도 거래 보고 수준인 ‘0.01% 또는 10억 원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 중 예외거래에 대해선 ‘일반’, ‘시장조정자’ 등 유형별 세부통계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정은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최장 10년간 주식 거래나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국회 논의를 거쳐 처벌 수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과 기관의 거래조건이 불리한 것이 시장에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기술적 한계 등으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산화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박사는 "그간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거래 조건이 달랐던 이유는 신용도 차이 때문인데, 이번 방안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외국 IB 입장에선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위해 내부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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