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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누나가 치매 부모님 재산을 마음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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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법률 : <5> 치매 부모와 재산 갈등
중년들의 치매 부모 재산 문제
후견인, 유언대용신탁 등 활용
법 이전에 지나친 욕심 자제해야
중년들의 부모는 대부분 65~80세가량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인구 중 무려 10.38%가 치매 증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5세 이후엔 치매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렇듯 중년에게 치매란 ‘특별한 누군가’에게 닥치는 일이 아닌, ‘누구나 자연스럽게’ 준비해야 할 일이 됐다.
필자는 가사(후견 소송 포함) 전문 변호사다. 그러다 보니 치매 관련 소송을 의뢰하는 중년들이 꽤 있다. 대체로 “부모님이 치매 증상으로 정신이 희미해지셨다. 형제가 (혹은 자매가) 이런 상황을 악용해 부모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한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심지어 부모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바람에 부모님 요양 병원비가 수개월 체납되고 병원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노후를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것과 같다.
형제자매가 치매 부모님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한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아마도 ‘당장 부모님을 모시고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해약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서두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이면 백, 격분한 표정으로 필자를 찾아온다. 예금 해약뿐만 아니라 비밀번호도 변경하지 못한 채… 이유는 은행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예금주 당사자(치매 부모님)의 사무 처리 능력이 온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는데 은행이 그냥 업무 처리를 해준다면? 은행도 자칫 법적 책임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법원에 ‘후견개시 심판청구’를 하는 것이다. 후견 제도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 본인의 사무처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각종 사무를 대신 처리하도록 돕는 제도다. ‘후견개시’가 되면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만 부모님의 예금을 해약·인출·관리할 수 있다. 자녀는 법원에 ‘후견인을 본인으로 지정해 달라’거나 ‘전문가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통상 자녀들에게 ‘누가 후견인이 되는 게 적절한가’라고 의견을 묻는데,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면 공정성을 위해 ‘전문가 후견인’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후견인이 지정되면 부모님 재산은 법원의 감독을 받게 돼 누구도 함부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
그런데 원칙상 후견인은 부모님의 현재 남아있는 재산 관리에 업무를 집중한다. 그렇다면 과거에 형제자매들이 이미 재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한 경우 그 재산을 회복할 방법은 없을까.
대표적인 방법은 ‘증여무효확인의 소송, 부당이득반환소송 등’ 민사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것이다. 문제는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인 자격이 자녀들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부모님’만이 원고로서 자격이 있다. 그리고 후견인이 지정이 된 상황이라면 그 후견인만이 부모님을 대신해서 ‘증여무효확인의 소송, 부당이득반환소송 등’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 물론 후견인 역시 소송을 제기하려면 사전에 법원에 ‘후견인 임무수행에 관하여 필요한 허가청구’를 신청해서 소송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당장 부모님 치료비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후견인은 부모님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즉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민사소송 외에도 형사 고소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후견인 또는 법원이 판단하기에 증여 무효 등의 사유가 없다면 후견인은 해당 소송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소송이 당장 진행되지 않더라도 부모님 사후에는 자녀에게 소송을 진행할 자격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 사후에라도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형제자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는 것이다.
재산 앞에선 눈이 먼다고 했던가. 형제자매가 이미 부모님 재산을 많이 쓴 것도 모자라 남은 재산까지 ‘유언 공증’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재유언’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형제간에 ‘유언장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공증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유언에 재유언, 재재유언, 재재재유언… 볼썽사나운 핑퐁 게임이 전개되는 것이다.
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계약 내용에 ‘향후 유언 내용을 바꿀 수 없다’는 취지의 약정을 첨부하는 것이다. 향후 아무리 유언장을 작성한다고 해도 유언대용신탁이 이긴다. 물론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 작성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 유류분 등 분쟁 소지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 아들이 치매 부모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잠입해 부모를 둘러업고 나가려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몰래 유언장을 받으려다 적발된 사례다. 부모는 치매로 내 아들인지 알아보지도 못한 채 “어떤 장정이 강제로 나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면서 공포에 시달렸다.
민법은 ‘사기 또는 강박으로 상속에 관하여 유언을 하게 한 자’에 대해 상속인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바로 위 사례에 해당된다.
부모가 치매라고 부모 재산을 마치 자기 재산처럼 탐하는 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부모의 재산은 부모의 것이다. 당장 마음대로 쓴다 한들 민법상 반환될 수 있고, 형법상 처벌받을 수도 있다. 법이 당신의 불효를 지켜보고 응징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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