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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MMORPG 한계 왔다"...택진이형까지 새 장르·플랫폼으로 위기 탈출 나섰다

입력
2023.11.16 1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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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23' 16일 부산서 개막
'탈MMO' 엔씨 다양한 게임 출시, 넷마블은 '서브컬처' 집중
게임 대상도 네오위즈·넥슨의 PC·콘솔 게임이 수상
김택진 "플레이어 요구에 맞춰 우리도 바뀌어"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의 정식 개장을 앞두고 관람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의 정식 개장을 앞두고 관람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부산시엔 올해도 어김없이 '게임 축제'가 돌아왔다. 이날부터 19일까지 4일 동안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이 열린다. 한국의 주요 게임사들이 정식으로 내놓을 게임을 사전 공개하고 게이머의 반응을 살피는 무대다.

올해 전시에선 실적 부진에 시달린 한국 게임사들이 '변화'를 원하는 절박감이 드러났다. 오랜 흥행작들의 힘이 빠지고 야심 차게 준비한 신작들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게임사들은 모처럼 돌아온 축제에서 게이머들을 상대로 자사의 새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를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새로운 장르·플랫폼으로 분위기 전환 노리는 엔씨·넷마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3' 엔씨소프트 부스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3' 엔씨소프트 부스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올해 지스타에서 화제의 중심은 8년 만에 돌아온 엔씨소프트였다. 부스 200개 규모의 전시장을 차리고 7개 새 게임을 소개했다. 이 중 슈팅 게임인 'LLL'과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 롤플레잉 게임(RPG) '프로젝트 BSS' 등은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의 히트작으로 다중 사용자 온라인 RPG(MMORPG)의 명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엔씨가 작심하고 다채로운 장르의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평소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이날은 직접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게임의 고객으로 새로운 세대가 들어오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춰 달라지려 한다"면서 "(지스타 전시로) 우리의 노력과 플레이어들의 바람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세 가지 새 게임을 내놓았는데 이 중 넷마블 자체 IP인 '데미스 리본'과 일본의 인기 만화를 IP로 활용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최근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서브 컬처' 계열 수집형 RPG다. 서브 컬처란 하위 문화를 뜻하지만 게임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일본식 만화·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스토리·캐릭터에 힘을 주는 게임을 가리킨다.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2023에 출품한 신작 게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팅 게임 'LLL', 서브컬처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MMORPG '쓰론 앤 리버티',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2023에 출품한 신작 게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팅 게임 'LLL', 서브컬처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MMORPG '쓰론 앤 리버티',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엔씨소프트 제공


넷마블이 지스타 2023에 출품한 신작 이미지. 왼쪽부터 '데미스 리본' 'RF 온라인 넥스트'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넷마블 제공

넷마블이 지스타 2023에 출품한 신작 이미지. 왼쪽부터 '데미스 리본' 'RF 온라인 넥스트'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넷마블 제공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N'으로 불리던 두 회사는 올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그동안 흥행 보증 수표였던 한국식 MMORPG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성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넷마블도 인기 IP '세븐나이츠'를 재활용해 기대를 걸었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쓴맛을 봤다.

두 회사는 새로운 IP를 활용한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게임의 서비스 플랫폼도 모바일 위주에서 벗어나 PC와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게임전용기기)로 다양화했다. 지스타 전시 현장에 참석한 게이머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인기 있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인플루언서)을 대거 초청해 게임 소개를 맡겼다.



'P의 거짓' 개발을 맡은 최지원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 총괄 디렉터가 1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제공

'P의 거짓' 개발을 맡은 최지원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 총괄 디렉터가 1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제공


분위기 변화는 전날인 15일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행사 때부터 감지됐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인기 게임이 계속 수상했던 게임대상 최고상인 대상을 PC·콘솔 게임인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받았다. 넥슨 산하 브랜드 민트로켓의 PC·콘솔 게임인 '데이브 더 다이버'도 최우수상을 탔다.

두 게임은 독특한 게임성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P의 거짓 제작을 총괄한 최지원 디렉터는 "오직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임을 만들겠다"면서 "대한민국 게임이 많이 변화하고 있고 좋은 게임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익 보장' MMORPG·모바일 이식도 여전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 대표 이미지.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 대표 이미지. 위메이드 제공


물론 MMORPG 신작도 여럿 등장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시장이 사라지지 않고 이 장르는 꾸준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라는 면에선 여전히 매력적이다. 올해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를 맡은 위메이드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앞세웠다. 상반기에 출시한 MMORPG '나이트 크로우'가 선전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반영됐다. 넷마블의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와 12월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도 MMORPG다.

기존 인기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신작도 주목을 받았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미 PC로 흥행했는데 MMORPG '로스트아크'를 모바일로 이식한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소개했다. 2017년 내놓은 세계적 히트작 '배틀그라운드(PUBG)'가 여전히 잘나가는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한 던전 배틀로얄 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냈다. PC 게임의 인기를 바탕으로 모바일에서도 흥행을 노리는, PUBG의 성공 방정식을 재현하겠다는 의도다.



게임 개발에 응용할 AI 기술도 소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3'에 전시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이 장착된 델 게이밍 모니터.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3'에 전시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이 장착된 델 게이밍 모니터.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지스타에는 게임과 인접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챗GPT'로 불어닥친 인공지능(AI) 열풍의 영향이 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업간거래(B2B) 전시장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하정우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16일 게임 콘퍼런스 기조 연설에 나서 초거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게임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다. 하이브의 자회사인 수퍼톤은 게임 캐릭터의 대사를 AI로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바꿔 바로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오디세이'의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별도로 자사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장착된 델테크놀로지스의 게이밍 모니터가 전시된다고 밝혔다.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사 레노버는 휴대용 게이밍 PC '리전 고'와 웨어러블 가상현실(VR) 기기 '리전 글래스'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오프라인 전시장에 공개했다. 하만인터내셔널은 스피커 브랜드 JBL 이름으로 부스를 내고 무선 게이밍 헤드셋과 이어폰의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를 주관한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엔 42개국에서 1,037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3,328개 부스가 개설돼 역대 최대 규모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장은 "무엇보다도 안전한 환경 속에서 게임 문화 축제를 모두가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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