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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연필 끝 빛나는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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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6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수능은 학력고사(1981~1992)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학력고사는 과도한 암기문항 때문에 대학교육 적격자를 선별할 기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1985년 11월 실시된 1986학년도 학력고사에서 수험생(문과 기준)들은 16개 과목에 대한 시험을 치러야 했다. 1987년부터 미국 SAT를 모델로 대입 적성검사 연구·개발이 진행됐으며 1990년부터 1992년까지 7차례 평가를 통해 체계가 완성됐고 1993년(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실시됐다.
□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 교육을 수학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변별하는 창의적 문제가 목표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문제 풀이 스킬’, ‘시간 안에 풀기’로 점수가 좌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능 관련 사교육비가 높아지고 의대 쏠림 현상으로 N수생이 양산되면서부터는, 학부모 사이에서 자녀의 재수를 형벌에 비유하는 자조적 농담이 나돌 정도다. 예컨대 서울 강남 학원의 재수종합반 수강료가 연간 6,000만 원에 달하는 것에 빗대어, 재수생 자녀를 1년 돌봐야 하는 신세를 ‘벌금 6,000만 원의 1년 징역 살이’에 비유한다.
□ 수능을 앞두고는 객관식 시험 고득점과 관련된 팁도 종종 회자된다. 인터넷에서는 미국 뉴잉글랜드대에서 만든 팁(Tips for Multiple Choice Tests)이 가장 눈에 띈다. 대부분 수험생들도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처음 선택한 답을 유지할 것 △문제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 것 △익숙해 보이는 답지를 피할 것 등이다.
□ 수능 난이도를 체험하려고,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문학 참고서를 펼쳤다. 한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다. 천양희 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이다.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청소하는 사람을 보면…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는 감동적 구절과 함께 동일한 시구가 반복되어 운율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감히 시인의 표현을 빌려, 16일 아침 가슴 떨릴 수험생 여러분에게 덕담을 드린다. '연필 끝을 보면, 정답이 저절로 빛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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