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자치권한 들고 서울 편입? "가능성 제로"

입력
2023.11.15 04:30
수정
2023.11.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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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법 골격 만든 홍준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
현행법상 특별자치시 '어불성설', 예외사유도 안 돼
특별법만 가능… 특혜·형평성 시비 등 '입법권 남용'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구리특별자치시로 서울에 편입한다고요? 가능성 제로입니다.”

서울 편입 의사를 밝힌 백경현 구리시장이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뒤 “행정권과 재정권을 유지하는 ‘특별자치시’ 형태로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14일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이같은 반응을 내놨다.

홍 교수는 국내 유일 특별자치시인 ‘세종특별자치시(2012년 7월 설치)’의 근거 법률인 세종특별자치시설치등에관한특별법(세종시법, 2010년 제정)의 골격을 만든 연구책임자다. 그는 “현행 지방자치법상 구리특별자치시는 어불성설이고, 특별법 형태로 추진하더라도 다른 법과의 일관성(정합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관련 법들이 개정돼 누더기가 될 수 있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향후 편입되는 경기 자치단체들에 재정적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와 제도 개선 건의를 약속하며 구리시에 보조를 서울시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의 설명을 토대로 왜 구리특별자치시로의 편입 가능성이 낮은지 관련 법률을 통해 따져봤다.

'특별자치구' 아닌 '특별자치시'?

현행 지방자치법 3조에 규정된 광역자치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로 5종류다. 광역지자체인 서울특별시에는 자치구만 둘 수 있어 구리시는 ‘구리구’로만 편입 가능하다. 구리시 주장대로 행정과 재정 권한을 유지한 채 또 다른 광역지자체인 ‘구리특별자치시’로 서울시에 편입하겠다는 발상은 광역자치단체(서울특별시)가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구리특별자치시)를 품는다는 얘기여서 불가능하다.

홍 교수는 “서울만 특별시일 이유도 없어 당초 세종시도 특별시로 할까 고민했지만, 특별시는 자치구를 반드시 둬야 하는데 세종시는 자치구를 두기에는 규모도 작고, 인구도 적어 광역자치단체의 지위와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는 특별자치시를 고안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세종시에는 광역시에 있는 기초단체인 ‘구’와 ‘군’이 없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상 기존 법적 종류에서는 담아낼 수 없어서 특별자치시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와 명칭을 생각했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편입을 이유로 무작정) 특별자치시를 하겠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수요·균형발전·지방소멸 사유만 예외

시군구 권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 관련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198조.

시군구 권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 관련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198조.

특별자치시가 아니더라도 구리시가 행정ㆍ재정 권한을 누리려면 별도로 예외를 인정받는 방법(특례)이 있다. 지방자치법에 ‘서울특별시ㆍ광역시 및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대도시 및 시ㆍ군ㆍ구의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ㆍ감독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추가로 특례를 둘 수 있다’는 규정(제198조 2항)이 있어서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우선 ①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여야 한다. 100만 명을 넘겨 현재 ‘특례시’가 된 고양 수원 용인 창원시가 여기에 해당돼 예외(특례시)를 인정받았다.

인구 10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일반 시군구도 두번째 조건인 ②실질적인 행정수요,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위기 등의 이유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지방자치단체 특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경북 구미시,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3곳이 일부 권한을 달라는 지역맞춤형 특례를 신청해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홍 교수는 “구리시의 경우는 (오직 서울로 편입하기 위한 목적뿐이라) 지역균형발전이나 지방소멸위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타 지자체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행정수요’를 의미하는데, 구리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구미시는 ‘4차 산업혁명 선도 공항경제권 특례도시’, 천안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아산시는 ‘수도권 배후 자족기능을 겸비한 명품신도시’란 목표 아래 특례를 요구했다. 구리시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그렇다면 특별법은?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현행법상 현실적으로 행정·재정권한을 유지한 채 서울 편입이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자 구리시는 ‘특별자치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김포시와 구리시를 비롯해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서울 인접 지역의 경우 특별법 형태로 풀어낼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별법을 만든다면 가능하다. 일반법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입법권 남용’으로 적잖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특별법을 만들면, (관련 내용이 담긴 일반법과 상충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법도 동시에 개정한다”며 “특별법으로 밀어붙인다면 다른 일반법들을 다 뜯어 고쳐 누더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법을 만들려면 관계부처 의견수렴도 거쳐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농어촌특례를 유지하려면 교육부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과도한 특혜 또는 형평성을 이유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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