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당일 처리해 드립니다"…부영그룹의 파격 시도

입력
2023.11.16 0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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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보수 시스템 개편으로 입주민 호평
창립 이래 1조1000억 원 기부해 눈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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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부영그룹 본사 사옥 전경. 부영 제공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부영그룹 본사 사옥 전경. 부영 제공

한국은 연평균 아파트 하자분쟁 건수가 4,000건에 이를 만큼 부실시공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 부실시공은 대형건설사나 정부 산하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하자 처리 역시 하세월이란 점이다. 정부 산하기관에 하자가 접수됐다는 건 건설사도 곧바로 하자 처리에 나서지 않아 분쟁으로 발전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그룹이 '하자보수는 당일 처리'라는 고객 서비스를 들고나와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부영은 이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아파트 하자, 관리소장이 직접 처리하라"

지난 7월 최양환 대표이사가 개편된 하자처리 시스템과 관련해 직원들과 현장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최양환 대표이사가 개편된 하자처리 시스템과 관련해 직원들과 현장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1983년 창립한 부영그룹은 자산 23조 원 규모의 재계 순위 19위의 종합건설사다. 임대주택 사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고 '사랑으로'란 이름의 부영아파트가 대표 브랜드다. 지금까지 전국에 30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고, 이 중 임대아파트가 23만 가구에 이른다.

부영은 올해 6월 새로운 하자 처리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수구 막힘, 조명기구나 잠금장치 고장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하자는 당일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외부 전문 인력이 필요한 중대 하자는 일주일 내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건설사들의 잇따른 부실시공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하자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부영은 이를 위해 하자 처리 시스템을 바꿨다. 기존엔 전국 단위의 고객센터에서 하자를 접수해 이를 다시 담당자에게 재분배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입주민이 단지 내 관리소로 하자를 바로 접수하도록 했다. 단지 사정이 밝은 관리소장이나 영업소장이 하자를 즉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중대 하자 역시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같은 지역에 있는 업체를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부영의 이번 조치는 업계에서도 신선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아파트 시장은 분양 위주라 아무래도 건설사의 사후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일반 분양 아파트의 경우 하자보수 기간이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공기관도 하자보수 기간을 2주 내로 두고 처리한다.

더구나 민간 임대아파트는 준공 뒤에도 관리와 유지비용까지 건설사가 계속 부담해야 하기에 보증금과 임대료만으로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임대주택 건립을 위해 지원받은 기금과 임차인의 보증금도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힌다. 부영의 임대아파트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강한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당일 처리 원칙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시스템 개편 후 입주민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자보수 시스템 개편 이후 7~9월까지 시행된 하자보수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고객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게 부영의 설명이다. △처리 결과 △수리내용 설명 △직원 태도 △사전 연락 △시간 준수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사전 연락'과 '시간 준수' 항목은 100점 만점에 평균 97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전 직원이 전사적으로 현장에 투입돼 하자보수와 관련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항상 확인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창립 이래 1조1,000억 원 기부

부영그룹 이중근(왼쪽에서 네 번째) 회장이 6월 1일 공군본부에서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 장학기금 기증식에 참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 이중근(왼쪽에서 네 번째) 회장이 6월 1일 공군본부에서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 장학기금 기증식에 참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반인에겐 '임대주택 사업자'로 익숙하지만, 재계에서 부영은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부영이 추진 중인 사회공헌 사업 영역도 교육·보육·역사 바로 알리기 등 다양할 뿐 아니라 기부 규모도 상당하다. 실제 창립 이래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한 금액만 1조1,000억 원이 넘는다. 단순 계산해도 40년 동안 매년 평균 275억 원 넘게 기부했다는 얘기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라는 이중근 회장의 신념에 따라 그의 아호인 '우정(宇庭)'을 딴 우정학사(기숙사)를 포함해 전국의 초·중·고교에 기숙사, 도서관, 체육관 등 교육과 문화시설 130여 곳을 신축 기증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교 12곳엔 '우정'이 새겨진 건물을 지어 기부했다.

부영의 기부활동은 국경을 넘는다. 2003년부터 동남아 저개발 국가에 학교를 지어주고 칠판 기증 사업을 시작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지어준 학교만 600여 곳에 달하고, 기증한 칠판도 60만 개를 넘어섰다. 2009년부터 시작한 피아노 기부 사업으로 지금까지 저개발 국가에 보낸 피아노도 7만여 대에 이른다.

올해 6월에는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장학기금 100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부영그룹은 공군 출신 이 회장이 군생활 5년 반 동안 매끼 식사 2인분을 제공받은 대가에 밥값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군에 기여하려 했다며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6.25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역사서 '6·25전쟁 1,129일'을 출간, 군부대는 물론 국내외 각계에 1,000만 부 이상 무상 기증하는 역사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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