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 낸 미국 유대계·무슬림 “가자지구 전쟁 멈춰야”

입력
2023.11.14 09:01
수정
2023.11.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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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카고서 유대인 인권단체 등 시위
유대교 랍비, 워싱턴 휴전 촉구 기도회
시민단체들 “군사 지원 중단을” 서한도

13일 미국 시카고 오길비 교통센터에서 미국 내 유대인과 무슬림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13일 미국 시카고 오길비 교통센터에서 미국 내 유대인과 무슬림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미국 내 유대인과 무슬림이 ‘정전’이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들조차 평화를 부르짖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CBS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 도심에서 미 중서부 지역의 유대인과 무슬림 수백 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는 반(反)시온주의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 유대계 인권단체 등에 소속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나란히 참가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9시쯤 출근 중인 시민들로 북적이는 철도 터미널 ‘오길비 교통센터’를 점거한 채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오길비 교통센터 빌딩에는 주시카고 이스라엘 총영사관이 있다.

유대인 단체 회원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향한 공격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집중 비판했다. 시위 참가자 아리엘 레빈은 “미국인이자 유대인으로서 정전을 촉구하기 위해 아이오와주에서 이곳까지 왔다”며 “전쟁 지원에 우리의 이름을 이용하지 말라. 미국 납세자의 혈세를 더 이상 낭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106명을 무단 침입 등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 단체는 가자지구 정전을 위해 지역별 조직을 꾸려 시위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코리 부시 미국 미주리주 출신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13일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유대인 랍비들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다른 하원의원들도 참석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코리 부시 미국 미주리주 출신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13일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유대인 랍비들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다른 하원의원들도 참석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유대교 지도자 랍비와 수백 명의 유대인이 모여 휴전을 위한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랍비 170명 이상이 참여한 휴전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모든 곳의 유대인들이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자유를 희생할 수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미국 내 비판도 이어졌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이스라엘군에 155㎜ 포탄을 지원하려는 국방부 계획에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옥스팜아메리카, 국제엠네스티, 분쟁지역민간인센터(CIVIC) 등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155㎜ 포탄 지원은) 현 상황에서 민간인 보호와 국제인도주의법에 대한 존중,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것”이라며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155㎜ 포탄을 가자지구에서 국제인도주의법을 준수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WP는 이 서한에 대해 “하마스를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미국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인도주의법을 지키며 군사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스라엘 행보를 바라보는 미국 내 우려와 회의론도 확산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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