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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없는 근로시간 개편 한계 실감… 노정 대화 복원 택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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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13일 ‘1호’ 노동개혁 정책인 근로시간 개편안 원안을 포기한 배경은 직장인의 거센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대다수 국민은 현행 주 52시간제 개편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와 거리를 두고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정책을 입안하면서 '현장감'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뒤늦게 근로시간 정책 방향을 전면 개편 대신 부분 개편으로 전환하고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 기구에 끌어들인 것은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를 감안한 걸로 풀이된다.
근로시간 개편은 첫 단계부터 저항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후보 시절에 “주 120시간 바짝 일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연장을 시사하자 ‘과로를 조장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출범 이후 근로시간 개편을 ‘노동개혁 1호 법안’으로 꼽으며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전문가 기구를 꾸려 정책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재계ㆍ경영계 의견은 수렴하면서 양대 노총과는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결과 올해 3월 정부는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기간을 월, 분기, 반기, 연 등으로 유연하게 확대하는 개편 방안을 내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자평했지만, 개편안은 이른바 '주 69시간제' 논란을 일으키며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이미 있는 연차 휴가도 쓸 수 없는데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직접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수정을 지시했다.
정부는 이후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대국민 여론조사를 시행한 뒤 이날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일부 업종·직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내놨다. 정부가 노동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정책을 추진하려다 한계에 부딪혔음을 인정한 형국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의 우군으로 상정했던 사업주들 가운데 ‘현행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5%에 그쳤다. 전체 일터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은 애당초 현실과 동떨어진 구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이해관계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 예상되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며 “현 정부가 유달리 노동계를 적대시하는 입장이다 보니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사후적으로 보완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향후 근로시간 개편 논의의 장을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삼기로 하고,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요청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근로시간 제도가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정부는 한국노총의 대화 복귀로 ‘노동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다.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수용 여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주요 노동 현안이 노사정 대화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어떤 의제에 목소리를 낼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대화를 재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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