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이소정 등 KBS 앵커 줄줄이 하차...노조 "발령 안 난 간부 지시"

박민 사장 취임 전날 밤 하차 통보
노조 "발령도 안 난 간부가 전화"
"하차 통보 거부 PD에 협박 발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조원 등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에서) 현 정권을 옹호하며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폄훼에 앞장선 단체 소속 인물들이 대거 등용됐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박민 신임 KBS 사장 취임을 앞두고 KBS TV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앵커가 줄줄이 하차를 통보받았다. KBS 노조 측은 발령이 나기도 전에 간부가 진행자 하차를 통보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 전날 하차 통보...듣도 보도 못한 경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13일 낸 성명서에서 12일 저녁 8시쯤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인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주진우 앵커가 하차하게 되었으니 주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12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한 날이다.

조합원들은 성명에서 "현 '주진우 라이브' 앵커의 적합성을 떠나 아직 발령도 나기 전의 간부가 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해서 담당 프로그램의 앵커가 하차하게 '되었다'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라며 "3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앵커와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시간, 또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통보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담당 PD에게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납득할 명분도 없고 충분한 설명도 없는 상황을 앵커에게 전하라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짓"이라며 "이 황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다는 담당 PD에게 업무 불이행 시 사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전했다.

'주진우 라이브'는 국민의힘이 '편향됐다'며 지속적으로 진행자 하차를 요구해 온 프로그램이다. 지난 7일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정도가 지나치다면 일벌백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고, 박민 사장 후보는 "조치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9시 뉴스 이소정 앵커도 하차 통보"

이소정 앵커가 지난 10일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앵커는 2019년 11월부터 9시 뉴스를 진행해왔다. KBS 캡처

KBS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도 교체됐다. KBS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광장'의 이윤정·김태욱 앵커는 지난 10일 갑작스레 하차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복수의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앵커 하차 전날인 9일 해당 부장에게 보도본부장, 통합뉴스룸국장 등 관련 인사권이 있는 보직자 외의 제3자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의 최경영 기자, '홍사훈의 경제쇼' 홍사훈 기자도 최근 3년 가까이 진행해 온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도 교체되는 일이 수차례 반복돼 왔지만, 신임 사장 임명 전부터 교체되는 일은 드물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4년 동안 9시 뉴스를 진행해 온 이소정 앵커도 교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낸 성명서에서 "사측은 지난주 금요일까지 9시 뉴스를 진행하던 이소정 앵커에게 일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전화해 하차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모든 불법적 행위들이 박민 사장 임명 재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 그야말로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한편 13일 취임한 박민 사장은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허숙정(왼쪽부터), 조승래, 고민정, 민형배 의원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임명에 대해 '낙하산 사장' 방송장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