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남자, 비서 누굴 뽑을까요?"... 인권위 "성차별적 질문"

입력
2023.11.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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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한 도의회 간부에 '재발 방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제공

"이 직무는 비서인데 여성을 뽑을까요, 남성을 뽑을까요?"

지방의회 비서직 채용 면접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간부의 행동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3일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4월 A도의회 면접에서 사무처장의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당혹스러워하다 "여성을 뽑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면접 결과 그는 탈락하고 다른 지원자가 합격했다. 이후 탈락한 지원자는 남성이 해당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는데도, 사무처장의 질문은 남성 응시자를 차별한 것이라며 같은 달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도의회 측은 채용하려던 비서직 업무가 일정 관리 및 의정활동 지원,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로 남성 지원자가 직무에 임할 각오가 됐는지, 확인 차원의 질문일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응시자별 득점 결과에 근거해도 관련 질문이 진정인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여성이 다수인 비서 직종의 고용 현황을 고려할 때 남성 응시자에게 불리한 채용 결과를 전제하는 질문"이라며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차별적 질문은 다른 면접위원들에게까지 성별에 따른 직무가 구분돼 있다는 고정관념을 전파시켜 남성 응시자 합격에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할 위험이 있고, 응시자 입장에선 압박감을 높여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해당 질문을 한 사무처장이 채용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성차별적 질문을 다시 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난달 31일 도의회 측에 권고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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