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5년마다 가을에 열던 '3중 전회' 사실상 연기...속사정은?

입력
2023.11.13 16:35
수정
2023.11.13 16:3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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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년간의 경제 노선 정하는 3중 전회
'10월~11월 초' 관례 깨고 사실상 연기 수순
'미중 정상회담'서 긴장 늦춘 뒤 개최할 듯

2013년 11월 12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열린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 등 7명의 지도부가 '개혁을 전면 심화하는 데에 관한 몇 가지 중대 문제의 결정'에 대해 손을 들어 통과를 찬성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2013년 11월 12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열린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 등 7명의 지도부가 '개혁을 전면 심화하는 데에 관한 몇 가지 중대 문제의 결정'에 대해 손을 들어 통과를 찬성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향후 5년간 추진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3중 전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위원회는 5년 주기로 열리는 당대회 사이에 총 7번의 전체회의를 연다. 3중 전회(중국공산당 중앙위 3차 전체회의)는 이 중 3번째 회의라는 뜻이다. 통상 1, 2중 전회에서 당과 정부, 군부의 지도부 인사를 확정하고 3중 전회에선 5년간의 경제 정책 청사진과 우선순위를 확정한다. 1978년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확정한 것도 3중 전회 때였다.

3중 전회는 5년마다 10, 11월 사이에 열리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번엔 12월 이후로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중 전회가 11월을 넘겨 열리는 것은 1978년 이후 처음이다. 이달 15일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보고 정책을 정비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선언 3중 전회, 11월 이후 개최 이례적

중국 '개혁·개방 노선'의 설계자이자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1987년 10월 2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개혁·개방 노선'의 설계자이자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1987년 10월 2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중 전회는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한 2018년을 제외하면 '10월~11월 초' 사이에 열렸다. 2018년에는 일정을 대폭 앞당겨 2월에 열었는데, 시 주석이 자신의 주석직 3연임을 위해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을 하기 위한 조처였다.

올해 3중 전회 일정은 13일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중앙정치국 월간회의에서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빨라야 이달 말 열리는 월간회의에서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3중 전회가 다음 달에 열리거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치 평론가 가오신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외교·군사 분야 고위 인사 낙마 사태가 3중 전회가 열리지 못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친강 당시 외교부장이 취임 7개월 만에 면직된 데 이어 리상푸 전 국방부장이 지난달 해임되면서 3중 전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중 회담 통한 '불안정성 제거' 먼저 판단한듯

재닛 옐런(오른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재닛 옐런(오른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3중 전회 일정을 이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로 넘긴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주 앉는다. 중국은 경제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양국 갈등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이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만큼 회담 성과를 보고 3중 전회를 열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경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삭스 교수는 국가 안보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학자의 목소리를 빌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 보다 유화적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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