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스트 하마스 4원칙’ 공식화… 이스라엘 재점령 불가 재확인

입력
2023.11.13 15: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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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전후 가자지구 거버넌스 구상 소개
“팔레스타인이 서안과 합쳐 가자 통치해야”
이스라엘 “당분간 관할권”... 불협화음 지속
미 “가자 병원 총격전, 안 보고 싶다” 경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해 온 가자지구의 바람직한 미래상과 관련한 기본 원칙 4개를 공식화했다. 이른바 ‘포스트 하마스 4원칙’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안 된다는 게 첫 번째다. 하마스 축출 이후에도 기존과 같이 ‘팔레스타인 정부의 직접 통치’ 체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테러 재발 가능성이 사라질 때까지 안보 통제 명목 관할권을 갖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레드 라인’을 제시한 셈이어서, 당분간 양국 간 불협화음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에 ‘레드 라인’ 제시... 두 국가 해법 지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후(戰後) 팔레스타인 통치 체제(거버넌스) 구상을 소개했다. 기본 원칙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 근거지로서의 가자지구 사용 불가 △가자 영토 축소 불가 등 네 가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공개한 원칙을 정리해 거듭 천명한 것이다.

새로운 구상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줄곧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설리번 보좌관도 “우리는 서안(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가 팔레스타인인의 리더십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통치권이 이스라엘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뜻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이날 미국 MSNBC방송에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와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거버넌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군사기지에서 기자회견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군사기지에서 기자회견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네타냐후 “무장·급진화 방치 PA에 권한 못 줘”

문제는 미국이 하마스의 대안 세력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현 이스라엘 정권의 인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NBC와 CNN 등 미국 방송과 잇따라 인터뷰하면서 PA가 과거 가자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패배해 서안으로 관리 영역이 축소되기 전까지 가자를 관리했던 PA의 통치력 부족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테러 재연 개연성을 감안할 때 전후 가자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해당 당국이 어디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소탕 뒤 이스라엘이 잠정 확보할 가자 안보 통제권을 PA에 이양할 수 없다면서도, 통치 주체에 대한 구상을 명확히 내놓진 않았다. 가자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쫓아낼 요량이라면, “미래에 누가 자신들을 통치할지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결정”이라는 설리번 보좌관 언급에 정면 배치되는 셈이어서 향후 미·이스라엘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 최소화’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가자 병원들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무고한 민간인들과 치료받는 환자들이 포화에 말려드는 상황을 미국은 보고 싶지 않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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