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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 위해서라면...카탈루냐 분리파와 '사면 거래'한 스페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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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연장을 위해 '사면 거래'를 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이 대규모 항의 시위에 직면했다. 지난 7월 총선 패배 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의 지지가 필요했던 그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에 연루된 수천 명의 사면을 약속해 지역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우파 진영이 '반(反)산체스' 시위의 선두에 섰다. 스페인 국민의 3분의 2가 사면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산체스 총리 대행이 코너에 몰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등 도시 53곳에서 수십만 명이 산체스 총리 대행의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마드리드에서만 8만 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스페인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 "산체스는 반역자", "테러에 대한 사면은 없다" 등 문구가 쓰인 팻말을 흔들었다.
산체스 총리 대행이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의 마드리드 당사 앞에는 열흘째 성난 군중이 모여들었다. 이들 중 일부는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는 산체스 총리 대행이 잇따라 띄운 정치적 승부수가 초래한 결과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이 참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올해 7월 조기 총선을 치렀다.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던 우파 진영은 물론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소수 정당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카탈루냐 공화좌파당(ERC)과 손잡았고 지난 9일엔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당(JxCat)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도 연대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2017년 10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선포 직후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될 상황이 되자 벨기에로 도피했고, 최근 송환 위기에 놓여 있다. 산체스 총리가 내건 대가는 사면이었다.
두 당은 의회에서 각각 7석씩을 차지하고 있다. 총선에서 제2당으로 밀려난 사회노동당(122석)은 15개 좌파 정당 연합체인 수마르(Sumar·31석), 바스크민족당(PNV·5석), 바스크지방연합(Bildu·6석) 그리고 두 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모두 얻으면 의회 과반(175석)인 178석을 확보하게 된다.
집권을 위한 사면 합의는 카탈루냐의 '배신'에 격분했던 스페인 여론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바르셀로나가 포함된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는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가진 데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한 지역이어서 '우리끼리 잘 살자'는 여론이 팽배하다. 1714년 스페인에 강제 병합된 카탈루냐는 2017년 찬성 90%(투표율 42%)라는 지역 국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독립을 선포했다.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며 독립을 저지했지만 독립 시도는 계속됐다. 이후 총선에서도 분리독립 추진을 포기하지 않는 자치정부가 들어섰다.
스페인 국기를 들고 반산체스 시위에 참여한 마리아 헤수스 페르난데스(59)는 "산체스 총리 대행은 스페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과 거래를 했다"며 "결국 그도 그들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스페인 엘문도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는 사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우파 정치권은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제1당인 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네즈 페이후 대표는 마드리드의 시위대 앞에서 "(산체스 총리 대행이) 총리직을 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당(Vox) 대표는 산체스 총리 대행의 사면 약속을 '쿠데타'로 규정짓고 "쿠데타에 관용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산체스 총리 대행이 사면 거래를 포기해 오는 27일까지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4일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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