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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전쟁' 벌이는 5자매 스타트업 파인유얼뷰티의 조새한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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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스타트업)들 가운데 독특한 사업으로 승부를 거는 곳이 있다. 2019년 설립된 파인유얼뷰티는 여성들의 통증과 싸움을 벌이는 이색 스타트업이다. 즉, 이들이 겨냥한 것은 타인의 고통이다.
여기에는 창업자 조새한별(35)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온몸을 찢어발기는 듯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오랜 꿈을 접은 채 일상생활마저 포기하고 살았다. 의학계에서 비특이적 통증으로 칭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은 병원에서도 고통의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 치료가 힘들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조 대표는 무려 10년의 세월을 쏟아부어 독자적 해결 방법을 찾았고 그의 방법을 통해 효과를 본 사람들의 권유로 창업까지 했다. 말하자면 등 떠밀려 창업한 셈이다. 그것도 독특하게 5자매가 함께하는 가족 스타트업이다. 워낙 통증 해소로 유명한 조 대표 덕분에 창업 첫해부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지금은 스타트업 중 드문 흑자 기업이 됐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조 대표와 자매들을 만나 고통스러운 통증 정복기를 들어 봤다.
조 대표는 원래 첼리스트가 꿈이었다. 그런데 연습을 많이 하면서 알 수 없는 통증이 엄습했다. "첼리스트들이 많이 아파요. 옆으로 목을 돌려 연주하는 자세 때문에 목부터 어깨, 허리, 손목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죠. 항상 어깨를 묵직한 쇳덩이가 누르는 느낌이었고 목을 돌릴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어요. 특히 연습을 많이 한 날이면 손에 마비가 와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고 양방, 한방, 대체의학까지 온갖 방법을 써봤는데 소용없었죠."
결국 중학교 3학년 때 첼리스트의 꿈을 포기했다. 그런데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통증이 하체까지 퍼져 허리와 골반이 끊어질 듯 아파 아예 앉지 못했어요. 그 바람에 고교 시절 하루 온종일 서서 수업을 들었어요."
오죽하면 그의 학창 시절 꿈은 카페에 가는 것이었다. "카페에 앉아 차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어요."
그런 상태에서 수원대 행정학과에 입학했으나 학교 생활이 힘들어 2학년 때 자퇴했다. 그러면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까지 찾아와 꽃다운 스물두 살에 어두컴컴한 방에 틀어박혔다. 동생들은 집에 오면 언니부터 확인했다. 둘째 한솔(30)은 언니가 폐인이 된 줄 알았다. "학교 갔다 오면 무사한지 언니 방문부터 열어봤어요. 방안 가득 음울한 공기가 가득했죠. 엄마는 괜찮은지 보려고 언니 방문에 구멍을 뚫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인생을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더라구요. 해부학책과 각종 의학 서적을 사다 놓고 직접 통증 해소 방법을 찾았어요. 매일 4시간씩 맨발로 걸어보고 채소만 먹기도 했죠. 기록장을 만들어 매일 통증 상태를 기록했어요. 어렵게 찾아낸 방법으로 통증이 완화하면 너무 기뻤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미칠 것 같아 소리를 질렀어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자신의 몸으로 숱한 시험을 거친 조 대표는 속 깊은 근육 이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마사지나 물리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근육 깊숙이 숨어 있는 만성 통증을 깊은 자극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죠. 그래서 복합적인 운동과 근육 이완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면서 틀어진 체형을 바로잡으니 통증이 줄기 시작했어요."
그는 통증이 사라진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렇게 2년간 운동하고 나서 어느 날 공원에 갔는데 투명인간처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통증이 사라지면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죠. 한풀이하듯 카페와 영화관에 가고 호주에도 1년간 유학 가서 무용 학원을 다니며 춤 경연대회에도 나갔어요."
그런데 우연히 만난 친구 때문에 진로가 바뀌었다. "친구가 스트레스 때문에 찾아온 통증으로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 그때까지 힘들게 찾은 통증 해소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싫었으나 너무 힘들어하는 친구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혼자 건강하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강의를 위해 체형교정 운동강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렇게 그는 2016년 서울 사당동에 통증 완화 교실을 열어 큰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 수강생 4명으로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강의가 매진되며 월 수강생이 300명을 넘어섰어요. 그 바람에 토요일 하루만 쉬고 일주일 내내 일했는데도 감당이 안 됐죠."
급기야 수강생들이 먼저 사업을 확대하라고 요청했다. "건물 밖까지 줄 서서 기다리던 수강생들 요청으로 2018년 서울 역삼동에 통증 완화 센터를 열었어요. 둘째와 셋째 은샘까지 체형교정 운동강사 자격증과 필라테스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서 강의에 투입했어요."
이후 조 대표는 2019년 회사를 설립하고 통증 완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개인용 통증 완화 기구 '뷰릿'을 1년에 걸쳐 개발했다. 그해 말 나온 뷰릿은 2개의 특허기술과 21개의 상표등록, 26개의 디자인 등록이 걸려 있다. "통증 완화 강의를 신청해놓고 야근, 회식, 약속 등으로 빠지는 직장인들을 보며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죠."
국내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뷰릿은 딱딱한 플라스틱 원형 막대를 반으로 쪼갠 모양이다. 여기에 다양한 부착물을 끼운 뒤 몸의 여러 부위를 대고 마사지하거나 줄, 밴드 등 도구를 걸어 여러 운동을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뷰릿을 "축소한 필라테스 운동 틀"이라고 표현했다. "필라테스 센터에서 여러 기구로 할 수 있는 500가지 운동 중 130가지를 뷰릿으로 할 수 있어요."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열풍이 불어 뷰릿이 주목을 받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개당 9만 원대에 선판매하며 개발 자금을 모았는데 바로 4억 원이 모였어요."
반면 욕도 많이 먹었다. "기존에 말랑한 폼 롤러로 마사지를 해본 사람들은 뷰릿이 너무 딱딱해 아프다며 짜증 냈어요. 몸이 경직될수록 통증 해소 과정에서 아플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몰랐죠. 유튜브에 올려놓은 사용법을 잘 보지 않았어요."
그때 조 대표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아무리 훌륭한 도구를 만들어도 활용법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온라인 영상 강의를 개발했다. 코로나19 확산도 여기에 한몫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 수강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증 완화 센터를 접었어요. 대신 인터넷 영상강좌 사이트 클래스101에 뷰릿을 이용한 온라인 강좌를 열었죠."
온라인 영상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조 대표는 지난해 '코어클럽'을 만들었다. 코어클럽은 돈을 내고 같은 시간 인터넷에 모여 뷰릿으로 함께 운동하는 온라인 클럽이다. "단순히 인터넷 강의나 동영상만으로는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요. 운동은 모여서 함께 해야 지루하지 않고 열심히 해요. 여기에 돈을 내면 빠지기 힘들죠. 코어클럽은 월 6만 원을 내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0회 운동을 할 수 있어요. 강사는 클럽 DJ처럼 필요한 운동 영상을 틀어주고 강의를 해요. 운동이 끝나면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 실시간 질의응답도 하죠."
둘째 한솔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 17만 명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인(인플루언서)이어서 이를 통해 뷰릿과 코어클럽을 알렸다. 덕분에 최초 49명이었던 수강생이 지금은 2,000명 이상으로 불었다.
이에 힘입어 매출이 지난해 16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약 25억 원을 예상한다. "첫해 손익분기점을 넘어 계속 흑자를 내고 있어요. 2020년 미국 아마존에서도 뷰릿이 관련 분야 신상품 판매 1위에 올랐어요."
돈을 잘 버니 당장 투자받을 생각이 없다. "나중에 사업을 확장하면 그때 투자를 받아아죠."
파인유얼뷰티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5자매가 경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둘째와 셋째는 마케팅과 디자인, 생산관리를 맡고 이란성 쌍둥이 넷째 은비와 막내 단비는 영상 제작과 운영을 담당해요."
자매 회사의 장점을 물으니 조 대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답했다. 배신할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한 번도 서로 의심하지 않았어요. 성격을 서로 잘 알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죠."
이들은 매일 12시간씩 일하며 적은 월급을 받는다. "자매라서 가능해요. 지금의 고생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조 대표는 코어클럽 확대를 위해 개발자를 뽑고 강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내년 말이면 수강생 1만 명을 예상해요. 여기 맞춰 회사를 확대해야죠."
여성에 치중한 서비스를 남성까지 확대하는 것은 추후 고려할 방침이다. "매달 생리통을 겪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에 더 민감해요. 우선 여성의 통증 완화에 치중하고 나중에 남성까지 확대해야죠. 몸이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찾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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