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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프로 구단서 6년 버틴 야구 선수 7.8% 불과…'바늘구멍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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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별'을 꿈꾼다. 특히,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은 자유계약(FA)으로 큰돈을 버는 선수들이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프로 진입조차 못 하거나 진입해도 5, 6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일보가 신인 드래프트(선수 지명 선발) 제도가 있는 프로 스포츠인 야구, 농구, 배구 선수의 생명을 추적한 결과 프로에 입성해 6년 이상 살아남는 비율이 일부 종목의 경우 10%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로서 생존율이 가장 떨어지는 종목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였다. 대한체육회가 13일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는 964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10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110명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몇 명이나 그라운드에 남아 있을까. 여전히 현역으로 등록된 선수는 76명뿐이었다. 드래프트 참가자 중 고작 7.8%만 살아남은 것이다.
다른 종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 농구는 2017년 드래프트 때 24명이 참가했는데 당시 5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모두 14명이었다. 이 가운데 올해까지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2명뿐이다. 드래프트 참가자 중 8.3%만 생존한 셈이다.
배구는 그나마 생존율이 조금 더 높다. 남자는 2017년 43명의 학생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해 25명이 지명받았고, 이 가운데 11명(25.5%)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여자는 40명의 드래프트 참가자 중 16명이 지명받았는데 현재까지 뛰는 선수는 11명(27.5%)이다.
짧게나마 프로 무대를 밟아본 선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운동만 했던 선수 중 대부분은 직업 선수가 돼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2017년 당시 고교와 대학의 야구부 소속 졸업 예정자는 모두 97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11.2%(110명)만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남자 농구(15.9%)와 여자 농구(23.7%), 남자 배구(18.3%)와 여자 배구(24.6%)도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을 확률은 25%를 밑돌았다. 한국에선 일본처럼 사회인 팀이나 실업 리그가 거의 없다 보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운동선수로서 이들의 경력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팀이 워낙 많기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도 대기만성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3승 기록까지 달성했던 노모 히데오도 고교 졸업 뒤 프로 지명을 못 받자 '신일본제철사카이'라는 기업에 들어가 회사 생활과 야구를 병행하며 때를 기다리다 1990년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이후 일본 야구를 평정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큰 활약을 했다.
한국에서도 학생 선수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학습권과 진로 탐색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현우 시흥 장곡고 교사는 "은퇴 시점이 빠르든 느리든, 모든 운동선수는 진로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면서 "학생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충실히 받아야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고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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