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알시파 병원에 연료 300L 제공 거부당해"... 하마스 "거짓말"

입력
2023.11.13 04:19
수정
2023.11.13 10:48
구독

병원 운영 중단 책임 두고 양측 공방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현지 언론 등에 공유한 영상에서 군인들이 연료 통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IDF는 12일 별도 성명을 통해 "IDF가 오늘 오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연료 300L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현지 언론 등에 공유한 영상에서 군인들이 연료 통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IDF는 12일 별도 성명을 통해 "IDF가 오늘 오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연료 300L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이 12일(현지시간) 연료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된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과 관련해 "연료를 공급하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병원 운영 중단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 발생 책임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가 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 시설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연료 제공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스라엘군 "가자 보건부가 개입해 연료 수령 방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알시파 병원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성명을 통해 "오늘(12일) 오전 IDF가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연료 300L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하마스가 연료 수령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IDF는 알시파 병원 인근 교차로에 연료 통 10여 개를 가져다 두고, 병원 측에 연료를 가져가라고 통보했다. IDF가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공유한 20초짜리 영상에는 연료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통을 손에 든 채 분주히 이동하는 군인들 모습이 담겨 있다. 연료 통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도 보인다.

그러나 연료 통은 병원에 전달되지 않았다. 하마스가 병원 측의 연료 수령을 방해했고, 이 과정에 가자지구 보건부를 이끌고 있는 유세프 아부 리시 부장관이 개입했다는 게 IDF 주장이다. IDF는 가자지구 보건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그 근거로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서 이 관계자는 "(아부 리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12일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연료 300L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연료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통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방위군(IDF)이 12일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긴급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연료 300L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연료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통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병원에 지휘소를 두고 있다는 사실로 이스라엘이 환자와 미숙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병원 및 인큐베이터 운영을 위해 필요한 연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들(하마스)이 거부했다"고 답했다. 이어 "병원에 숨어 있는 하마스는 병원에서 쓸 연료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숨어 있는) 지하 터널과 전쟁 무기에 활용할 연료를 얻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병원 "30분 분량 주면서 '이미지 세탁' 노린 것"

이스라엘이 이 같은 주장을 펴고 나선 건 국제법상 공격이 금지된 병원에 대한 IDF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난에 직면한 탓으로 풀이된다. 앞서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시파 병원 연료가 11일 바닥 나 인큐베이터에 있던 2명의 미숙아를 포함해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병원을 포위한 채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가자지구 보건부 주장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말 첩보를 근거로 알시파 병원 지하를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지목한 바 있다.

하마스와 병원 은 이스라엘의 '선전전'이라며 반발했다. 하마스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연료 300L를 주겠다는) 제안은 병원 내에 물, 음식, 전기도 없이 갇혀 있는 환자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얕잡아 본 것"이라며 "이 분량은 병원 발전기를 30분 이상 돌리기에도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들은 알시파 병원 운영과 무관하다며 "(하마스는) 병원 의사 결정 구조의 일부가 아니고, (병원은) 전적으로 팔레스타인 보건부 권한 아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알시파 병원장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관리들이 병원 연료 공급 문제로 두 번 연락을 해 오긴 했다"면서도 '너무 적은 분량'이라고 밝혔다. 한 번은 2,000L, 또 한 번은 300L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병원에서 실제 필요한 양은 하루 8,000~1만2,000L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적십자를 통해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량을 요청했다"며 "이스라엘은 30분 분량도 안 되는 연료로 이미지를 세탁하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