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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보단 국익"...'입으로만' 이스라엘 압박한 이슬람·아랍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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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아랍권 국가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맹폭을 퍼붓는 이스라엘을 향해 "야만적인 학살을 멈추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러한 내용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합동 특별정상회의(이하 회의)에서 도출한 공동성명에 담겼다. OIC 회원은 57개국이고, AL 회원은 22개국이다.
팔레스타인과 종교적 신념과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스라엘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을 정치·경제적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구두 비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애매한 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없는 데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취해온 정치·경제적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약소국 팔레스타인이 마주한 냉정한 현실인 셈이다.
성명의 수위는 높다. 영국 로이터통신,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을 종합하면 이슬람·아랍권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침략, 전쟁, 범죄,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학살"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을 위해 구속력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단절이나 경제 제재,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등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조치는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무력 공격을 경고하는 내용도 없었다.
이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별도로 열릴 예정이던 OIC 회의와 AL 회의가 막판에 '합동회의'로 병합된 것은 AL에서 합의가 나오지 않아서였다. 파키스탄 언론 돈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레바논 등이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공급 중단 및 단교' 등을 주장했으나,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거부했다. 아랍권 국가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 제한, 팔레스타인 국민의 대(對)이스라엘 저항권 지지 등을 성명에 넣자는 제안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영토 재건 기금 조성' 등 하마스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을 '형제 국가'로 부르는 아랍 국가에서조차 소극적 반응이 나온 건 상당수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안정적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이집트가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아랍권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UAE, 요르단 등 많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중재를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했다. 미국 워싱턴 아랍센터의 이마드 K. 하브 이사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아랍 국가들의 권위가 확립되며 팔레스타인 운동의 매력은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인도네시아 리퍼블리카에 내놨다.
하마스 편을 들며 전쟁 개입을 시사해온 이란도 참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8년 미국의 핵 합의 파기 후 경제가 나빠지고 민심이 악화하며 이스라엘과 맞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랍권 국가들이 가자지구의 불똥이 튈까 경계하고 있다면서 "긴장한 구경꾼"이라고 칭했다.
이스라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알자지라 수석정치분석가 마르완 비샤라는 "이스라엘은 아랍권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고통에 분열돼 있고 무력하며 무관심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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