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붙은 주식 양도세 완화… '제2의 공매도 금지'로 등판

입력
2023.11.12 17:00
수정
2023.11.12 18:4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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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서 띄운 주식 양도세 완화
총선 앞 1,400만 개미 향한 정책
"野와 협의 필요", 강행 쉽지 않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를 두고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식 양도세 강화 입장인 야당을 섣불리 자극하지 않으려는 발언이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로 '개미(개인 투자자) 달래기 정책'을 펴는 정부·여당이 같은 맥락에서 주식 양도세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주식 양도세 완화가 연말 예산안·세법 협상을 흔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남기 '사의 소동' 일으켰던 주식 양도세

추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 여부와 관련, "방침이 결정된 건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0일 "투자자 요구에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한 주식 양도세 완화 움직임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양도세는 소유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서 소득이 발생한 것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소위 개미투자자는 주식 매도로 번 이익에 세금을 내지 않지만 '큰손'은 다르다. 현재 매년 말 종목당 상장 주식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대주주에 해당,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

대주주 기준은 제도 도입 당시인 2000년 100억 원에서 2013년 50억 원,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 2020년 10억 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부자 증세 차원에서 대주주 기준을 3억 원까지 내리려다 접었다. 이때 기재부를 이끌던 홍남기 전 부총리가 3억 원 하향 계획에 반대하면서 '사의 표명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직후 대선 공약이던 주식 양도세 폐지를 반영해 대주주 기준을 1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여야가 올해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미루면서 10억 원인 주식 양도세 기준도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결론 냈다. 추 부총리가 이날 야당과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이다.

대통령실이 1년 만에 다시 꺼낸 주식 양도세 완화는 최근 실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2탄 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로 개미가 손해를 봤듯, 주식 양도세 기준 강화로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정부·여당 논리다.

정부·여당은 주식 양도세 기준이 낮을수록 보유 규모가 크지 않은 개미도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연말마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종목당 보유액을 10억 원 미만으로 낮추려는 대규모 매도가 일으킨 주가 하락에 개미 역시 투자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세 완화는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1,400만 개미를 위한 정책으로 포장할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여당이 막 시작한 예산안·세법 협상에서 주식 양도세 완화를 무작정 밀어붙이긴 쉽지 않은 처지다. 당장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또는 100억 원으로 높이려고 할 때, 그 대가로 야당이 원하는 사안을 내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합의를 폐기했다는 책임이 정부·여당에 돌아가면, 협상에서 불리해지기 쉽다.

"공공요금 당분간 동결", 총선까지 묶을 듯

추 부총리는 이달 물가 상승률을 3.6% 안팎으로 예상하면서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동결 기조"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 중반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겨울철 전기·가스요금 부담을 키우지 않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공공요금까지 올릴 경우 자칫 총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위적인 물가 관리를 떠오르게 하는 28개 품목별 담당자 지정 및 매일 점검에 대해 추 부총리는 "특별한 요인이 없어도 가격을 올리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어 업계에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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