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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의 커피 찾기

입력
2023.11.11 04:30
19면

커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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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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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커피 좀 마시는 분들이라면 케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생산국 이름을 떠올리거나, 게이샤 같은 품종 혹은 루왁 커피나 블루마운틴 같은 이름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어떤 맛의 매력 때문인가.

와인을 즐기고 싶을 때, 지역, 품종, 생산연도 등 알아야 할 게 참 많다. 이제 막 시작한(?) 와인 스타터라면, 산지(국가)보다는 일단 포도품종부터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품종의 차이가 맛의 차이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의 품종을 중심으로 마시다 보면 다른 품종 간의 맛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가 있다.

커피의 경우, 맛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것은 커피의 볶음 정도이다. 커피도 와인처럼 여러 가지 품종이 있지만, 아직 와인만큼 명확하지도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애초부터 생두 품종이 혼합돼 유통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매우 특별한 커피의 경우가 아니라면, 품종만 구분해 마시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런데, 다행인 건지 어쩐지, 커피는 다른 산지의 것을 동일 볶음 정도로 로스팅했을 때보다 동일 산지의 커피를 다른 볶음도로 볶았을 때 향미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과테말라를 강배전한 것과 케냐를 강배전한 것의 차이보다, 케냐를 약배전한 것과 강배전한 것의 차이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유명한 파나마 게이샤 같은 품종조차도 볶음 정도에 따라서 확연한 맛의 차이가 생기며,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파나마 게이샤가 독특한 향미로 인기를 얻은 이후, 여러 국가들에서도 재배를 하기 시작했는데 파나마 게이샤만큼의 독특함은 없는데도, 비싼 값에 거래되면서 왠지 '맛있게 느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일단 자신의 혀로 맛을 보고 가치 판단은 해 봤으면 좋겠다.

당연히 프로의 세계에서는 전체를 구분해야겠지만, 즐기는 정도의 일반인이라면 우선 로스팅 정도가 서로 다른 것을 비교해 마셔보고, 내 취향을 찾는 것이 좋다. 산미와 쓴맛의 차이는 로스팅 단계(볶음 정도)로 구별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맛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다음, 같은 정도로 볶은 다른 산지의 커피를 비교하며 마셔보면 산지의 특성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어렵겠지만, 동네 로스터리 카페라면 얼마든지 사장님들께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카페 메뉴가 케냐, 에티오피아 등 생산지 이름 및 기타 정보를 표시해 주는 곳이 많아졌다. 더불어 커피의 볶음 정도에 따라서 라이트(light), 다크(dark) 또는 시티(city), 풀시티(full city), 프렌치(French)라고 표시하는 곳도 많아졌다. 맘에 든다면, 로스팅 정도를 확인하고 즐기면서 내 취향도 좁혀가 보자. 산지 이름이나 복잡한 영문정보, 유행하는 커피들의 이름에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내 취향의 볶음 정도를 찾아서 편안하게 즐기자. 커피는 입으로 마시는 것이지 귀로 마시는 게 아니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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