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수화? 걱정 마세요"... 중도 가치 강조한 조희대

'보수 색채 우려'에는 "무유정법"
현충원 참배 방명록엔 "안민정법"
임기 논란에도 "기간은 문제 아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선임 대법관을 면담하기 전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대법원장을)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는 지명 소감을 밝혔다. 사법부 보수화 우려와 반쪽짜리 임기 논란에 대해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선임 대법관(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면담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보수 색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무유정법(無有定法·정해진 법이 없는 게 참다운 법)이라는 말이 있고, 제가 예전 대법관 취임사에서도 '(생각은 허공처럼 경계가 없고)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했다"면서 "한 평생 법관 생활하면서 한 번도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2020년 대법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법복을 입었다. 대법관이었던 2014~2020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부당하다고 판결하는 등 사법적·정치적으로 보수적인 판결을 많이 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명 소감'에 대해서는 "수천·수만번 (대법원장 직을) 고사하고 싶은 심정으로 사법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렵고 떨린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임기 논란도 일축했다. 현행법상 대법원장 정년이 70세라, 66세인 조 후보자는 2027년 6월 퇴임해야 한다. 6년 임기 중 3년 6개월밖에 근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조 후보자는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대법원장을)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신뢰 추락 문제를 두고는 "지금 당장은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가서 사법부 구성원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조 후보자는 이날 대법원을 찾기 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안민정법(安民正法·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바른 법)"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안민정법은 조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을 기념해 만든 판례집 제목이다.

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 후보자는 주요 판결 때마다 보수 정권의 입장을 대변해왔다"며 "소외 받는 힘없는 국민을 돕는 '미스터 소수의견'이 아닌,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미스터 보수의견'으로 살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당대표 직무대행도 "이념과 국가를 앞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전체주의 코드인사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들러 참배한 뒤 방명록에 적은 글귀와 서명. 대법원 제공.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