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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겉치레 여성할당 개헌

입력
2023.11.10 04:30
27면

인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9월 18일 닷새 일정의 의회 특별회기를 앞두고 수도 뉴델리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이날 인도 정부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연방하원과 지방의회 의석 가운데 33%를 여성 몫으로 하는 개헌안을 승인했다. 개헌안은 연방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9월 18일 닷새 일정의 의회 특별회기를 앞두고 수도 뉴델리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이날 인도 정부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연방하원과 지방의회 의석 가운데 33%를 여성 몫으로 하는 개헌안을 승인했다. 개헌안은 연방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AFP 연합뉴스

지난 9월 하원 및 주의회, 델리의회 의석의 3분의 1을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헌법 개정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인도 상하원을 통과하였다. 2004년 제시된 이 개헌안은 27년 동안이나 계류되어 있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 인도 하원과 주 의회의 여성 비율은 각각 15%와 9%로 세계평균 26%에 못 미친다. 2023년 글로벌젠더격차지수와 유엔젠더불평등지수에서 인도는 각각 146개국 중 127위와 190여 개국 중 122위로 최하위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여성 표를 겨냥한 의도가 명백하다.

인도에서 여성은 카스트에서 가장 낮은 불가촉천민 이상으로 차별을 받는다. 물론 이번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불평등 및 정치적 대표성을 개선하는 데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경우 2004년에 여성공천할당제를 도입하여 여성 후보 공천 증가로 여성대표성을 일정 수준 신장시킨 것은 물론 여성의 이해를 의회 내에서 증진시켰다. 추미애, 전여옥, 박선영, 김영선, 나경원 등 국회를 대표하는 여성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여성 의석 3분 1 할당제는 분명 의회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의 지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헌안에는 언제 시행한다는 명확한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인구조사를 우선하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순환적 선거구를 확정한다는 원칙만 제시되었다. 이렇게 되면 빨라야 2029년이 되어야 실행될 듯하다.

소위 할당천국 의회제도도 문제다. 인도 하원 의석의 22.5%는 지정 카스트와 부족들에게 할당되어 있다. 여기에 여성에게 3분의 1 의석을 내주면 전체 의석의 48%가 할당 지정의석이 된다. 결국 일반의석은 절반만 남아 능력 중심의 경쟁은 어렵게 되었다. 하원보다 더 적은 여성 비율을 차지하는 상원에 대한 할당이 이번 개헌안에 빠진 것도 문제다. 상원에서 여성의 과소대표 문제를 해결되지 못하면, 결국 여성 의원들은 대리인 역할만 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인구의 50%와 7%를 차지하는 후진적 카스트(OBC)와 무슬림에 대한 할당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개헌안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불평등과 대표성의 개선보다는 장기집권에 대한 전략적 도구화로 끝날 것이다. 한국의 여성공천할당제가 정략적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지위 및 대표성 개선과 정치권의 전략적 도구 사이에 양날의 칼처럼 서 있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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