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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이 지구촌에 뿌린 '새마을운동', 빈곤국과 개도국을 바꾼다

입력
2023.11.10 04:30
수정
2023.11.10 15:5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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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및 아프리카 16개국, 77개 시범마을 조성
농촌환경 개선, 소득 증대… 비법 전수 요청 쇄도
국가변혁 프로젝트로 확장,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이철우(가운데 중간) 경북지사, 서중호(가운데 왼쪽) 아진산업 대표, 이승종(가운데 오른쪽) 새마을재단 대표이사 등이 8일 경북도청에서 중앙아프리카 ODA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가운데 중간) 경북지사, 서중호(가운데 왼쪽) 아진산업 대표, 이승종(가운데 오른쪽) 새마을재단 대표이사 등이 8일 경북도청에서 중앙아프리카 ODA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달 8일 경북도청에서는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국가 발전을 돕기 위한 아주 특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이날 경상북도는 지역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아진산업 및 새마을재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협약으로 경북도는 1970년대 한국의 지역 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과 비법을 중아공에 전수하게 된다. 새마을재단은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전수해달라는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경북도가 설립한 비영리기관인데, 중아공의 국가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을 시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진산업 역할도 크다. 경북 경산시에 본사를 둔 아진산업은 2017년부터 중아공에 차량 및 생필품을 지원해 온 인연을 계기로 이번 ODA에 참여하게 됐다. 자체 자금 17억 원을 투입해 올해부터 5년간 새마을사업을 통한 중아공 국가변혁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중아공의 전략시범 사업인 쌀 증산뿐만 아니라 농업기자재 지원, 주민역량 강화교육 등 재정·기술 지원에도 나선다.

‘잘 살아 보세’를 구호로 하여 경북 청도군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반세기 만에 지구 반대쪽 개도국 전체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개발 프로젝트로 진화한 것이다.

중아공이 택한 빈곤 탈출 카드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아공은 우라늄과 원유, 금, 다이아몬드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특히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랜 내전 탓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11.5달러로 빈곤율 80%의 세계 최빈국에 속해 있다.

이에 포스탱 아르크앙즈 투아데라 대통령은 정치적 안정과 빈곤 탈출을 위한 카드로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을 점찍었다.

투아데라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해, 이철우 경북지사와 윤 대통령에게 새마을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이승종 새마을재단 대표이사를 중아공에 파견해 지원 방안을 협의했고, 투아데라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새마을운동의 국가정책화를 천명했다. 투아데라 대통령실 산하에 한-중아공 협력위원회와 새마을위원회도 설치됐다. 이후 경북도가 중아공 고위급 5명을 경북으로 초청해 새마을운동 연수도 실시했다. 중아공은 경북도와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수도 방기시와 주변지역에서 시작한 중아공판 새마을운동인 ‘꽈 티 코드로(Kwa Ti Kodro)’ 사업의 전국 확대 시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국가 개발 정책으로

경북도의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2005년 베트남 타이응우엔성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하면서 닻을 올렸다. 2005년부터 18년간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세네갈, 르완다 등 아시아ᆞ아프리카 16개국에 77개의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해 마을 안길 정비, 노후 주택 개량, 관개수로 개설 등 농촌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에 적잖은 성과를 냈다. 또한 이 가운에 약 100개국 1만 명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지도자를 현지에 파견해 새마을 교육도 실시했다.

경북도는 이 같은 풀뿌리 사업을 통한 결과물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마을운동이 개도국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중아공 대통령, 코트디부아르 총리, 스리랑카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등 국가지도자들이 잇달아 경북도를 방문하고 사업 확장을 요청하는 건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이 국가변혁을 위한 ODA 모델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스리랑카 국가변혁 프로젝트인 ‘뉴 빌리지, 뉴 컨트리’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에 새마을운동 씨앗이 뿌려진 것은 2014년 6개 시범마을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지난해 4월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할 수 있도록 새마을재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올해 3월엔 스리랑카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와 여성부를 주무 부처로 정해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경북도는 5월에 스리랑카와 새마을운동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새마을운동 전문인력 양성 △마을 조성사업 추진 △민관 협력사업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스리랑카는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뉴 빌리지, 뉴 컨트리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하는 등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방한한 마힌다 야파 아베와르다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지난 3~5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새마을 포럼에 참석하고, 경북도가 상주시에 조성한 스마트팜을 견학했다.

그는 포럼 2일차인 4일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스리랑카, 뉴 빌리지, 뉴 컨트리’ 세션에서 “새마을운동은 세계가 인정한 빈곤퇴치 농촌개발모델로, 스리랑카 새마을 시범마을의 주민소득이 3배로 증가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며 “새마을운동의 전국적 확산과 성공을 위해 의회 차원에서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받아들여 스리랑카만의 새마을운동으로 승화시키려 한다”며 “한국의 한강의 기적처럼 스리랑카에도 켈라니강(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근처에 흐르는 강)의 기적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이 새마을운동을 전수한 국가 중 스리랑카는 가장 적극적”이라며 “스리랑카를 모델로 삼은 다른 국가로의 새마을운동 확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국회의장 등 새마을포럼 참석자들이 지난 4일 경북 구미시 새마을운동테마공원 글로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스리랑카 국회의장 등 새마을포럼 참석자들이 지난 4일 경북 구미시 새마을운동테마공원 글로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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