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과 백신 접종, 매번 꼭 해야하나요?

입력
2023.11.09 09:00
수정
2023.11.15 14:51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세 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희 고양이들은 새끼 때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치고, 심장사상충 예방을 중단한 지는 4개월이 넘었는데요. 성묘가 된 지금도 심장사상충 약과 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다니던 동물병원에서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가, 다시 사용하면 고양이가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서도 ‘심장사상충 약이 독해서 한 달에 한 번까지는 안 해도 된다’, ‘매달 해야 한다’, ‘아예 안 한다’ 등 의견이 분분하던데 뭐가 정확한 정보일까요? 또 성묘의 경우에도 매년 백신접종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A. 안녕하세요 고양이 행동 전문가 수의사 김명철입니다. 먼저 예방의학에 해당하는 심장사상충 예방과 종합백신 접종 관리에 대해 문의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이 필요한 이유

심장사상충 예방에 관련하여 미국 심장사상충 학회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있거나, 겨울철에도 도심지의 지하나 건물 등에서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1년 내내 심장사상충 예방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는 심장사상충이 모기로 인해 감염되기 때문인데요.

심장사상충증은 모기를 매개로 개, 고양이 전파되는 질병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사상충증은 모기를 매개로 개, 고양이 전파되는 질병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사상충 알이 감염이 가능한 유충(알에서 나온 벌레) 형태로 자라기 위해서는 중간 숙주인 모기가 꼭 필요합니다. 모기의 체내에서 유충으로 성장되어야 모기가 고양이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겨울과 여름 중 우리 집 고양이의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률을 따져본다면 당연히 모기의 개체 수가 많은 여름이 심장 사상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다만 모기가 거의 없는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0%라고 할 수는 없죠.

고양이 심장사상충 관리 방법

저도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고양이를 관리한 적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관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고양이는 심장사상충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사상충의 생활사에서 정상 종숙주(성충이 머무는 숙주)에 속하는 개의 경우 유충이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감염은 더 쉽지만, 면역반응이 거의 없기에 약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정상 종숙주가 아니므로 소수의 유충만이 성충으로 성장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면역반응을 유발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들을 발생시킵니다. 이때 심한 호흡기 질환(HARD, heartworm associated respiratiory disease)을 유발하거나, 급성 과민성 쇼크 반응으로 급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마지막 심장사상충 예방 시기가 오래 지났을 경우에는 그 공백기 동안 심장사상충 감염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구충약을 바르기에 앞서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방의학의 관점에서 이렇게 위험할 수 있는 감염성 질병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확률을 따져가며 계절에 따라 구충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바르는 형태의 심장사상충 제품에 대해서 많은 괴담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되었고 꾸준히 구충을 실시하는 고양이들의 건강검진 시에도 혈액 검사 결과상 특별한 수치 변동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부에 적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도 사람 피부 유형에 따라 트러블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처럼, 탈모나 가려움증, 발적(빨갛게 변하는 것)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도 구충제의 종류를 변경하면 대부분 문제가 개선됩니다.

성묘의 올바른 백신 접종 방법

다음은 종합 백신 접종 간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수의사들이 통용하고 있는 접종 프로그램은 어린 개체에서 3회에 걸쳐 기초 접종을 진행하고, 이후 매년 1회 추가 접종을 통해 백신 항체가를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다만 이는 국가별로 접종 관리 프로그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추가 접종을 3년 간격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을 통해 백신 항체 역가(백신 효과가 유지되는 정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인데 이는 고양이 개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기초 접종 이후 첫해 추가 접종은 진행하고, 이후부터는 백신 항체가를 검사하여 부족할 때만 추가접종을 진행합니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도 종합 백신 접종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동물병원과 같은 공공장소를 이용해야 하는 이벤트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고 보호자 또한 외출을 통해 다른 고양이와 접촉할 수 있으므로 종합 백신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기초접종만 완료하고 10년 가까이 추가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다묘 가정에서 병원에 다녀온 한 마리 고양이로 인해 전 개체 모두 파보 바이러스(parvo virus)에 의한 *범백혈구감소증 감염이 이뤄진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동물병원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고양이들이 이용하고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소독 관리에도 잘 죽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으므로 이런 부분은 개체별 접종 관리가 최우선입니다.

*범백혈구감소증: 설사와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보통 우리가 기초접종에서 사용하는 핵심 백신(core vaccine)은 파보 바이러스(Parvo virus),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virus), 칼리시 바이러스(Calici virus) 이 3가지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줍니다. 이 중 파보 바이러스는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높아 필히 항체가 필요하며, 나머지 두 바이러스 또한 심한 독감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항체 형성을 통해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개체들은 필수 백신은 아니지만 고양이 백혈병(FeLV)에 대한 예방접종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백혈병 또한 고양이에게 감염될 경우 완치가 어렵고 면역 억압, 빈혈, 종양 발생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수의사와의 상담 후 접종이 필요하다면 함께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고양이들에게 제공하는 심장사상충 구충과 종합 백신의 접종 관리는 고양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며, 이를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접종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예방의학은 적은 노력과 시간으로 치명적인 질병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꼭 주치의의 안내를 따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VIP 동물의료센터 청담점 김명철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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