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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이스라엘에 미국 '발끈'...네타냐후, 고집 꺾을까

입력
2023.11.08 2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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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우방이라고 다 동의 안 해"
이 '가자지구 재점령'에 날 선 반응
이스라엘, 미 "사흘 교전 중단" 거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차별 공격을 용인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하라는 미국의 주문을 듣지 않고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재점령해 미국이 원하는 중동 질서와 거꾸로 가겠다는 야욕까지 드러내면서 틈이 벌어졌다. "미국이 휴전을 성사시키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전쟁의 판도를 가를 전망이다.

백악관 "우방이라고 모든 뉘앙스에 동의 안 해"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항상 모든 현안에서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방이라고 해서 모든 단어, 모든 뉘앙스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날 선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가자지구에 대한 무기한 안보 책임을 지겠다"며 가자지구를 사실상 재점령하겠단 의사를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극우 연립정부를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뜻하는 '두 국가 해법'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왔다.

이는 중동을 안정시키고 중국, 러시아 견제에 국력을 집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과 역행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아랍 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마이웨이는 아랍 국가들을 단결시키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달 12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들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중단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랍 국가들은 미국에 '즉각 휴전을 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하지 않으면 중동 안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점차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미국의 이스라엘 전쟁 휴전 촉구를 요구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지난 6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미국의 이스라엘 전쟁 휴전 촉구를 요구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인질 석방 협상을 놓고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다르다. 7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양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6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대신 사흘간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하라'고 요구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부터 두 정상 사이엔 냉기가 흘렀다. 둘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했는데, 지난 연말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지 약 9개월 만이었다.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행보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외교적 해결 못 찾으면 확전 불가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유일한 지원군이자 무기 공급원인 미국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끝까지 거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겠지만,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원하는 민심을 외면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아랍 국가들이 참전해 중동 전쟁으로 번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만 이란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국익'이라는 실리와 '팔레스타인 엄호'라는 명분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아랍걸프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선임연구원은 NYT에 “어떤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에 최후통첩을 보내지 않았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지 않으리란 신호"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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